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돈줄이 조여지고 있다. AI 기업의 채권 금리는 두 자릿수로 치솟았고 데이터센터 공사는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증시도 AI 수익성과 신용위험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AI 개발업체 앤트로픽은 구글 칩 구매 자금 600억달러(약 80조원)를 조달하면서 후순위채 180억달러에 10%가 넘는 금리를 제시했다. 넉 달 전 자체 발행 때 금리(8.5%)보다 높다. 이는 투자자들이 AI 사업의 위험을 전보다 크게 보고 그만큼 웃돈을 더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데이터센터 임대·운영업체인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엔비디아가 밀어준 코어위브는 신규 조달 금리가 15% 수준까지 치솟았고, 주가는 한 주 새 24%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투자자들이 AI 스타트업의 자금줄을 조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데이터센터 관련 채권의 절반 가까이가 투기등급이었다.
공사 현장도 삐걱댄다. FT는 올해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47건이 지연·철회·불허됐다고 보도했다. 전력·용수 부담을 이유로 건설을 막으려 나선 지역사회도 1000곳을 넘는다고 덧붙였다. 오러클의 뉴멕시코 사업은 소송으로 7개월 늦어져 관련 대출 180억달러가 액면가의 90% 수준에서 거래된다. JP모건 등은 오러클 데이터센터 대출 380억달러를 반년 넘게 팔지 못해 할인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시장에 번지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제임스 매킨토시 증시 칼럼니스트는 19세기 철도 거품과 닷컴 열풍 때 과잉 투자와 비교하며 “지금의 AI 투자 붐이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주가가 지난주 11% 떨어지는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그 두 배 가까이 빠졌다는 점을 짚으며 “AI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거두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금이 낭비될 수 있고,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 등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발 AI 과잉 투자와 신용위험 우려는 국내 증시에 특히 직격탄이 됐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17.11% 급락해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폭락장을 거듭 중인 인도네시아(-14.59%)보다 낙폭이 컸고, 대만(-1.73%)이나 일본(-2.14%)이 ‘선방’한 것과도 대조를 이뤘다. 올해 줄곧 선두였던 코스피의 연간 상승률도 34.50%로 줄며 대만(62.66%)에 이어 폴란드(WIG지수·36.66%)에도 역전됐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비중이 높은 데다 외국인 매도세까지 집중되며 유독 약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과대 낙폭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이날 코스피는 99.96포인트(1.76%) 오른 5768.01에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인 4.2~4.6배까지 떨어지는 등 단기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잠복한 불확실성의 극한을 상정한 코스피 센티멘털(투자심리)상 바닥은 5500선 내외”라며 10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국내외 반도체 기업 실적을 거치며 패닉이 잦아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낮아진 주가만으로 추세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이 까다로워져 AI 설비투자 감속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도 “AI 성장 경로에 의구심이 깃든 국면이라 빠른 추세 반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매수보다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