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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182조 손실·ETF 실패, 책임소재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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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이달 들어 17% 이상 급락했다. 주요국 증시 중 꼴찌 수준인데 상장사 10개 중 7개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두 달 만에 발동되고 외국인의 셀코리아도 좀처럼 멈출 기미가 없다. ‘7월 악몽’이 다시 반복되는 게 아닌지 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당시에도 자고 나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조치가 쏟아졌고 코스피는 22% 넘게 폭락했다.

문제는 정부의 증시정책 실패가 화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산배분 목표치를 조정(리밸런싱)해 국내주식비중(14.9%→20.8%)을 확 높였다. 이 바람에 ‘비쌀 때 팔고 쌀 때 산다’는 기본 원칙이 실종됐고 국민 노후자금을 선거용 주가 떠받치기에 동원했다는 비판도 자초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3분기 국내주식 평가손실만 182조원에 이른다. 그사이 외국인은 200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해 과실을 챙겼고 한국 증시는 해외자본의 현금출납기(ATM)로 전락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리밸런싱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국민연금은 시장 안정을 이유로 관련 회의록 공개를 2030년으로 미뤘다.

증시 폭락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던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성장지수펀드(ETF) 도입도 판박이다.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제대로 된 검증이나 규제 논의 없이 4개월 만에 졸속 상장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의) 상장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진행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책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정부는 “비공개회의” “회의록이 없다”는 핑계로 버티고 있고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누군가는 결정을 했겠죠”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정책 실패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런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다. 지금처럼 깜깜이 행정과 겉치레 사과로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로 연금 운용 결정 과정과 고위험 ETF 도입 경위를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차제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자산배분 원칙부터 바로 세우고 지배구조도 독립성과 중립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