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이 외부 기업에 파견한 직원들이 5년여간 회사 밖에서 영업비밀인 원전 설계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견처 중에는 유사한 설계 업무를 하는 업체가 있었던 만큼 한전기술이 유출 가능성을 스스로 방치한 셈이다. 한전기술 직원이 영업비밀이 담긴 업무자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기술은 원전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공기업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확보한 한전기술 감사실의 특정감사 결과보고서(2026년 5월 작성)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7월부터 최근까지 자사 직원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한전기술은 이 프로그램 참여 직원에게 회사 외부에서 사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상 사설망(VPN) 계정을 발급했다. VPN 계정 신청 과정에서 직원에게 업무상 필요한 시스템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전자메일 확인·연차 신청 등 업무를 위한 사내 업무포털만 이용하겠다고 신청한 직원도 원전 설계정보 시스템에 접근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원전 사업에 참여하면서 부여받았던 시스템 접근 권한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파견된 협력회사 사무실에서도 과거 참여한 원전사업 설계도면과 기술문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 이미 종료된 원전사업 설계자료도 접근 가능했다. 감사실은 VPN 계정 신청 과정에서 이뤄지는 시스템 선택 절차가 “유명무실한 절차에 불과했다”며 “참여자의 설계정보 시스템 접근권한을 실질적으로 부여하거나 자동으로 제한하는 것은 시스템 구조상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파견 직원 일부가 실제 한전기술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에서 일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맡은 업무는 기술지원, 설계문서 검토, 계통설계 등이었다. 감사실은 이와 관련해 “협력업체 사무실 등 회사 외부에서 중요 설계문서를 열람해 관련 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감사에서 실제 열람·유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설계자료 관리 문제가 감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전기술 감사실은 2024년 ‘원자로 설계자료 무단유출 등’ 특정감사에서 원자로 설계자료 등 영업비밀 유출을 적발한 바 있다. 당시 직원 1명이 징계, 2명이 경고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특정감사에서 원자로계통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NSSS-EDB) 시스템에 대한 신입·퇴직자 권한 관리가 부적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3년 연속 원전 설계자료 관련 접근 권한 관리가 감사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올해는 한전기술의 영업비밀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 6월 작성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실은 한 직원이 회사 설계 관련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 직원은 자신의 하루 일과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30초 남짓 영상을 SNS에 올렸다. 영상에는 업무용 PC 화면과 함께 회사 로고가 찍힌 업무자료가 가림 처리 없이 3초가량 노출됐다. 사내교육에 쓰기 위해 제작한 자료로 ‘영업비밀 3급’에 해당했다.
한전기술은 반기마다 정보보안 교육을 하며 업무자료를 개인 SNS에 올리지 말라고 안내해왔다. 문제가 된 직원도 정보보호 서약서에 두 차례 서명했다. 이 직원은 감사에서 “영업비밀이라고까지 생각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소명했다. 감사실은 이 자료가 “적어도 수백명 이상의 제3자에게 노출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노출시간이 짧고 게시물을 바로 삭제한 점 등을 들어 징계 대신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용우 의원은 “원전 설계업무를 끝내고 외부 협력회사에 파견된 직원이 과거 사업 설계도면까지 열람할 수 있었다는 건 중요한 기술정보에 대한 접근권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한전기술은 외부 파견직원과 사업 종료 인원의 설계정보 접근권한을 전수조사하고 업무상 필요하지 않은 권한은 즉시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