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보석이 허가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많은 신도가 눈물을 흘렸다. 무죄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신앙의 어머니로 여겨온 고령의 지도자가 치료를 이어가며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은 오래 마음 졸인 이들에게 안도를 안겼다. 그의 평화활동을 기록해온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눈물의 무게를 생각한다.
지난해 9월 한 총재가 구속된 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병원에서 치료받기도 했지만, 신도들에게는 지도자의 건강과 재판을 걱정하며 애태우던 나날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건강 상태와 사건 진행 경과, 증거 수집 정도 등을 고려해 보석을 허가했다. 보증금 2억 원과 함께 거주지를 치료 중인 병원으로 제한하고 의료인·변호인·거동 보조인 등 극히 제한된 사람 외에는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 총재가 자유롭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결정은 아니어서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신도들 사이에는 기쁨과 감사의 메시지가 잇따랐다. 한 관계자는 천주교 신자인 평화대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매일 새벽 성당에서 한 총재를 위해 기도했는데 보석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였다. 종교가 다른 이도 기도에 동참했다는 대목에서 한 사람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교단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느꼈다.
신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정성을 이어왔다. 구치소 앞에서 기다린 이들도,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마음을 보탠 이들도 있었다. 보석이 허가되면 한달음에 달려가 품에 안기고 싶었던 일부 신도들은 엄격한 접촉 제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제약이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 총재는 지난 13일 보석심리에서 시력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도들에게는 다시 구치소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을 덜게 된 점이 중요했다. 법원의 결정을 기도의 응답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법원은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신도들은 신앙의 언어로 감사한다. 두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그 눈물을 존중할 수 있다.
한 총재의 삶을 돌아보면 평화활동을 지속하기가 얼마나 지난한지 생각하게 된다. 종교와 민족,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는 평화의 뜻을 전하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2018년에는 세네갈 다카르의 아프리카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했고,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서밋 개최를 이끌며 평화와 협력을 역설했다.
이념의 장벽 앞에서도 대화를 시도했다. 1990년 문선명 총재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만났고, 이듬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했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면서도 공산국가의 지도자들과 마주한 것이다. 세계평화여성연합과 초종교연합 창설도 여성의 참여와 종교 간 교류를 통한 평화활동의 기반이 됐다.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사실도 발표됐다. 지난 4월 국내외 언론은 얀 피겔 전 유럽연합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특사가 한 총재를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피겔은 종교 간 대화와 한반도 평화, 인도적 협력 등을 추천 사유로 들었다.
보석 허가로 형사책임에 대한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총재의 변호인 측이 제기한 진술의 증거능력과 반대신문 기회 등의 문제는 항소심에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주장과 증거를 면밀히 살피는 재판을 기대한다. 언론도 개별 혐의에 대한 비판을 확대해 한 사람의 생애 전체와 신도들의 신앙까지 부정적 프레임에 가두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법적 책임을 가리는 과정에서도 인간에 대한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변치 않는 푸르름을 알게 된다고 했다. 시련 속에서도 한 총재가 평생 품어온 평화의 뜻이 소나무의 푸르름처럼 지켜지기를 바란다. 기독교 역사에서 기도는 고난을 견딜 힘을 주고, 공동체를 이어주는 버팀목이었다. 이날 많은 신도가 흘린 눈물에는 기도로 견뎌온 시간이 담겨 있다. 이제 그 간절함을 안고,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공정한 판단을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