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15일 저녁 경남 함안군 함안면 무진정 연못 위로 낙화봉 불꽃이 쏟아졌다. 일본 현지 여행사 20여 곳의 관광상품을 사서 함안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1500명이 연못가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20일 함안군에 따르면 낙화놀이를 보러 온 일본인은 2024년 500명에서 지난해 1000명, 올해 1500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국내 관람객은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무렵 열리는 공개행사를 통해 볼 수 있다.
낙화놀이는 숯가루로 만든 낙화봉을 줄에 매달고 불을 붙이는 전통 불꽃놀이다. 불붙은 숯가루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모습을 꽃에 빗대 ‘떨어지는 불(落火)’이 ‘떨어지는 꽃(落花)’이 됐다는 풀이도 전한다.
◆ 조선 군수가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불꽃
지역에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온 한강 정구(1543∼1620)가 군민의 안녕을 빌며 시작했다. 함안군은 정구가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에 낙화놀이를 열었다고 소개한다.
기록으로 남은 것은 조선 고종 때다. 당시 함안군수 오횡묵이 쓴 ‘함안총쇄록’에는 1890년과 1892년 사월 초파일에 낙화놀이를 즐겼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함안군은 이 책에 “함안읍성 전체에 낙화놀이가 열렸으며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성루에 올랐다”고 소개한다.
지금 낙화놀이가 열리는 곳은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 일대다. 무진정은 조선 전기 문신 조삼의 호 ‘무진’을 이름으로 삼은 정자로,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이다. 정자 앞 연못 위로 줄을 걸고 낙화봉을 매단다.
◆ 일제 때 끊긴 불꽃, 마을 청년들이 다시 붙였다
디지털함안문화대전에 따르면 낙화놀이는 1910년 무렵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끊겼다.
다시 불이 붙은 것은 1960년 사월 초파일이다. 고 조용생 씨를 비롯한 괴항마을 청년회가 스스로 나서 놀이를 되살렸다.
이후 청년회가 2, 3년마다 열어 오다 1985년 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정기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함안군 문화관광 누리집은 이 1985년을 복원 시점으로 적고 있다.
2000년 이수정 낙화놀이 보존위원회가 꾸려졌고, 2008년 지금의 함안낙화놀이보존회로 이름을 바꿨다. 같은 해 10월30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 월간지 ‘국가유산사랑’은 전국 낙화놀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유산에 지정된 사례라고 소개했다.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된 2024년 5월부터는 경상남도 무형유산으로 부른다.
◆ 유황도 소금도 없이, 참나무 숯만 쓴다
디지털함안문화대전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사된 낙화놀이 19곳은 모두 숯을 낙화봉의 주재료로 쓴다. 함안을 뺀 나머지는 유황·소금·사금파리 가루 같은 재료를 더해 불빛과 소리를 낸다. 숯 말고 다른 재료를 넣지 않는 곳은 함안뿐이다.
숯은 괴항마을 뒷산에 많던 참나무로 굽는다. 예전부터 그래 왔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다. 낙화봉은 한지 위에 참나무 숯가루와 광목 심지를 올려 돌돌 만 막대 두 개를 꽈배기처럼 꼬아 만든다. 이 제조 방법은 2013년 8월 특허를 받았다.
준비는 숯을 구울 숯굴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 나무를 해 와 숯을 굽고, 꺼낸 숯을 가루로 빻고, 광목을 삶아 찢고 한지를 자른 뒤에야 낙화봉을 말아 연못에 건다.
숯 굽기와 전체 연출은 기능 보유자가 맡는다. 2024년 기준으로 유일한 기능 보유자 김현규 씨와 이수자 4명이 이 전통을 잇고 있다.
행사 날 어스름이 내리면 흰 저고리와 바지를 입은 보존회원들이 뗏목을 타고 낙화봉에 하나씩 횃불로 불을 붙인다. 2024년에는 하루 3000개가 걸렸다.
불꽃은 바람 세기에 따라 2시간 남짓 떨어진다. 국가유산청 월간지는 3000여 개 낙화봉이 한꺼번에 타오르며 바람에 흩날리는 오후 7시30분부터 8시 사이를 가장 아름다운 때로 꼽았다.
◆ 5만여 명 몰린 뒤 예약제로…외국인 관람일도 따로 생겼다
국가유산청 월간지는 낙화놀이가 널리 알려진 것이 비교적 최근이라고 전했다. 몇 해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뒤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드라마에도 등장했다.
2023년 5월27일 열린 제30회 행사에는 무진정 최대 수용 인원 8000명을 훌쩍 넘는 5만여 명이 몰려 일대 도로가 꽉 막혔다. 함안군은 이듬해 사전예약제를 도입했고, 2024년 1차 예약분 6000명은 37분 만에 다 찼다.
함안군은 올해 5월24일 공개행사를 총 5800명만 사전예약으로 받도록 했다. 외국인 관람객에게는 따로 길이 났다.
함안군에 따르면 해외 관광상품은 2024년 일본에서 시작해 대만·홍콩으로 넓어졌다. 올해 7월 열린 ‘2026 함안낙화 페스티벌 위드 마이케이 페스타’에는 32개국 외국인 710명이 다녀갔다.
지난 15일 ‘재팬 스페셜 데이’는 일본 여행사 상품을 산 관광객을 위해 열린 행사다. 이들은 낮에 말이산고분군과 고려동유적지, 악양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지역 음식을 맛본 뒤 저녁에 국악 공연과 낙화놀이를 봤다.
김상원 경남도 관광개발국장은 “함안낙화놀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글로벌 관광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함안군은 내년 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 내년 공개행사는 봄 예약부터
한편 국내 관람객이 낙화놀이를 볼 수 있는 공개행사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무렵 무진정에서 열렸다.
예약은 봄에 시작됐다. 2024년에는 3월13일, 올해는 3월23일 첫 예약을 받았다. 내년 일정은 19일 현재 함안군 문화관광 누리집에 올라와 있지 않다.
낙화가 없는 날에도 무진정은 늘 열려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낮에 들른 말이산고분군은 2023년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가야고분군 7곳 가운데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