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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분담금 10억 시대 올 수도”…용적률만 보고 사업성 따지면 안 되는 이유 [잘살아보세]

공사비·금융비용 상승에 분담금 급증
“용적률·대지지분만으론 사업성 한계”
“일반 분양가·주변 신축 시세가 핵심”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원씩 늘어나면서 정비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한 추정 분담금은 1년 새 1억8000만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압구정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도 수억원대 분담금이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뉴시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뉴시스

서울시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늘어난 사업비를 일반분양 수익만으로 충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라도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사비 상승에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재건축 분담금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분담금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재건축 사업성은 일반분양 물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에 분양할 수 있는지,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받쳐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건국대학교 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를 수료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다.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 화면 캡처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건국대학교 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를 수료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다.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 화면 캡처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에서는 김 소장과 재건축 분담금이 급증하는 배경과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재건축을 기대하고 구축 아파트를 매수할 때 확인해야 할 조건 등을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재건축 분담금이 10억원을 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큰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금리와 인건비, 각종 안전·노동 관련 비용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비용 상승과 연결된다. 과거에는 대규모 아파트도 3년 안팎이면 짓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4년 가까이 잡는 현장도 적지 않고, 초고층 건축물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건설사가 같은 기간에 수행할 수 있는 사업 수도 줄어든다. 그만큼 개별 사업장에서 확보해야 할 수익이 커지고, 이러한 부담이 공사비에 반영될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누적되면서 앞으로 조합원의 분담금 역시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뉴시스
서울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뉴시스

 

―공사비 외에 재건축 사업성을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공사비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비용이다. 개인이 집을 살 때는 대출 자체가 제한돼 있어 금리가 올라도 체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대부분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 사업비가 수천억원이라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는 것만으로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상당해진다. 문제는 이 비용을 결국 조합이 자체적으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비와 금융비용이 커지면 최종적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에도 반영된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성을 판단할 때는 공사비뿐 아니라 자금 조달 비용과 사업기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용적률이 낮고 대지지분이 넓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는 말은 틀린 것인가?

 

“재건축 사업성을 볼 때 흔히 용적률과 대지지분부터 확인한다. 물론 중요한 지표이지만 그것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반분양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못지않게 그 물량을 얼마에 분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출을 ‘가격(P)×물량(Q)’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 용적률이 낮고 대지지분이 넓다면 일반분양 물량은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일반분양 세대가 많더라도 분양가가 낮다면 총수입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일반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입지가 좋아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면 부족한 사업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 역시 공짜가 아니다. 종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이 높아지면 세대 수는 늘어나지만 그 과정에서 공공기여나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 함께 부담해야 할 조건도 늘어난다. 따라서 ‘용적률이 올라가니까 무조건 사업성이 좋아진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실제 조합에 얼마나 이익이 남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삼부아파트 단지. 뉴시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삼부아파트 단지. 뉴시스

 

―서울의 중층 구축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가?

 

“현재 기준으로 사업성이 부족한 단지가 상당히 많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에 지어진 중층 아파트 가운데는 이미 용적률이 200% 중반대인 곳이 많다. 서울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기준을 생각하면 새로 확보할 수 있는 용적률 여력이 크지 않은 단지들도 있다. 여기에 용적률을 더 높이는 과정에서 공공기여나 임대주택 공급 등이 수반되면 실제 사업성 개선 효과가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중층 구축의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사업 구조라도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일반분양 물량과 함께 분양가격이 얼마까지 가능한지를 보는 것이다. 입지가 좋고 주변 신축 가격이 높다면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분담금이 10억원을 넘어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담금이 많더라도 재건축 이후 주택의 자산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도 대지지분이 크지 않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사업성 자체만 보면 좋다고 하기 어려운 재건축 단지들이 있다. 그런데도 사업은 진행된다. 이유는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집값이 40억원인데 재건축 이후 주변 신축 아파트 가치가 60억~70억원 이상이라고 판단한다면 분담금으로 10억원 이상을 내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분담금이 5억원이라고 해도 재건축 이후 주택가격이 이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는 지역이라면 조합원이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분담금이 얼마냐’만으로 사업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할 수 없다. 분담금을 내고도 재건축 이후 자산가치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가 그 가격을 받쳐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서울 은마아파트 모습. 뉴시스
서울 은마아파트 모습. 뉴시스

 

―조합원 동의율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재건축 사업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나?

 

“조합원들의 합의와 조합 집행부의 능력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업 속도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동의율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커지고 정비사업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역도 많다. 문제는 주민 동의를 확보하더라도 사업 단계에 따라 거쳐야 할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이나 각종 심의뿐 아니라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여러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와 자치구 등 인허가권자가 정비사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는지에 따라서도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할 때는 조합원 동의율뿐 아니라 현재 어느 인허가 단계에 있는지,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았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한강벨트 인근 아파트 대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한강벨트 인근 아파트 대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재건축을 기대하고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다면 무엇을 가장 주의해야 할까?

 

“대지지분이 넓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통상 대지지분이 20평 이상이면 사업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대지지분이 넓으면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대지지분이 30평이라고 해도 주변 주택가격이 낮고 새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분양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대지지분이 14~15평 수준이어도 입지가 좋고 높은 일반분양가를 받을 수 있으며, 주변 신축 가격이 충분히 높다면 재건축이 추진되기도 한다. 따라서 재건축 구축을 살 때는 대지지분 하나만 봐서는 안 된다. 주변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인지, 향후 일반분양가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감안한 분담금을 조합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대지지분은 넓지만 주변 시세와 분양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곳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일반분양 물량과 가격이 함께 받쳐줘야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조합원 동의율과 인허가 진행 상황까지 살펴야 실제 사업이 끝까지 추진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