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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전투형에서 국가경영형 리더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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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상대 꺾는 승부지만 국정은 국민 통합
돌파력에 설득·조정의 힘 더해 신뢰 얻어야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정부 앞에 부동산과 민생, 인사와 개혁의 난제가 한꺼번에 쌓였다. 어느 것 하나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풀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일수록 돌파력에 조정 능력을 더하고, 지지층의 호응을 넘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전투에 강한 정치인이다. 목표를 정하면 바로 움직인다. 반대가 거세도 물러서지 않는다. 현안 파악이 빠르고 판단이 분명하다. 위기를 넘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강점이 있다.

김호균 공공리더십 연구자 전남대 명예교수
김호균 공공리더십 연구자 전남대 명예교수

전투형 리더십은 싸움을 즐기는 태도가 아니다. 신속히 결단해 난관을 돌파하는 힘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개혁을 시작할 때 이런 힘이 필요하다.

국가를 이끄는 일은 선거와 다르다. 선거에는 꺾어야 할 상대가 있다. 국정에서는 자신을 반대한 국민과도 함께 가야 한다. 대통령은 상대를 몇이나 이겼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얼마나 낫게 만들었느냐로 평가받는다. 전투형 리더십을 국가경영형 리더십으로 넓혀야 한다. 국가경영에서는 충돌하는 가치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성장과 분배, 개발과 환경, 노동자 보호와 기업 경쟁력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해외 지도자들의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16년 재임 중 경쟁 정당인 사회민주당과 세 차례 대연정을 이끌었다. 유럽 재정위기 때는 위기 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되 긴축과 개혁을 요구하는 방안을 관철했다.

2015년 난민 수용은 달랐다. 인도주의적 결단이었지만 지방정부의 부담과 국민의 불안을 충분히 풀지 못했다. 2013년 총선에서 4.7%에 그쳤던 독일대안당은 반난민 노선을 강화했다. 2017년 총선에서는 12.6%를 얻어 제3당으로 처음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방향이 옳다고 정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받아들일 속도와 절차도 설계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3년 법정 퇴직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연금 적자를 막겠다는 명분은 있었다. 문제는 방식이었다. 가결이 불투명해지자 정부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었다. 마크롱은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하자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과반 세력이 없는 분열 의회였다. 총리 교체와 예산 갈등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퇴직연령의 단계적 상향을 2027년 말까지 유예했다.

두 지도자의 경험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결단력만으로 국가경영에 성공할 수는 없다. 결단을 성과로 바꾸려면 조정과 국민의 동의, 정책을 이어갈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전환은 세 가지다.

첫째, 대결에서 조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혁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모두 기득권의 반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누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살펴 부담을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국정의 무게중심을 현안 해결에서 미래 준비로 옮겨야 한다. 오늘의 불을 끄는 데만 매달리면 인구 감소와 인공지능(AI) 전환, 기후위기와 산업 재편 같은 과제가 밀려난다. 임기 안에 핵심 과제를 골라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닦아야 한다.

셋째, 지지층 결집에서 국민적 연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혁의 동력은 지지층에서 나오지만 사회 전체에 부담을 나누려면 더 넓은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적 연합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 결정과 인사에서 함께 보여줘야 한다.

조정은 결정을 미루는 일이 아니다. 충분히 듣고 이해관계를 조율한 뒤에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이 한쪽의 승리와 다른 쪽의 패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의 추진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국가경영에도 필요한 자산이다. 전투형 리더십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전투에서 보여준 결단을 미래를 설계하고 반대편까지 설득하는 힘으로 키워야 한다.

전투는 상대를 꺾으면 끝난다. 국가경영은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적 합의를 남겨야 성공한다.

 

김호균 공공리더십 연구자 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