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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 공급 제동 건 美… 우크라 “추가 공급 땐 러 공격 중단”

美, 요격 미사일 이전 승인 지연
재고 바닥난 우크라, 러 방어 비상
젤렌스키 “러 정유시설 공격 중단
대신 美가 영공 방어” 조건부 제안
트럼프, 젤렌스키 퇴진·종전 압박
‘그림자 선단’ 합법화 등 친러 행보

미국이 러시아와 경유 수출 제재를 일시 해제하는 ‘경유딜’을 맺은 이후 우크라이나와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의 핵심 방어 수단인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극심한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 부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추가 공급을 조건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 등 여러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로 인도 예정인 패트리엇 미사일의 이전 승인을 보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무기 이전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승인에 필요한 절차도 완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패트리엇 미사일의 국가 간 이전은 헤그세스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무기는 미국에서 제조돼, 국가로 이전할 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협정에 따라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에 미국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키이우의 한 쇼핑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진 현장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키이우의 한 쇼핑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진 현장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이 연일 강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 부족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WP에 지난 7일 기준으로 미사일이 10기도 채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CNN 방송은 최근 우크라이나 내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완전히 바닥났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한 달에 미사일을 12기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조 형식으로 무상 제공됐던 바이든 행정부 때와는 달리 우크라이나가 미사일을 직접 구매하는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올해 초 이란 전쟁 발발 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비축량을 늘리면서 각국이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두고 미국이 불쾌함을 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예정됐던 물량조차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요구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거절한 것이 경유딜의 배경이 됐다는 예상이 나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퇴진을 요구하며 비난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훨씬 오래전에 끝냈어야 했다”면서 “솔직히 이제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협상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을 조건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상·하원 의원과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우리는 30일간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 대신 미국이 이 기간 패트리엇 미사일로 우리 영공을 지켜주길 기대한다”며 “그것이 공정한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키이우의 한 쇼핑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진 상점 안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키이우의 한 쇼핑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진 상점 안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제안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3자 회담에 응할 뜻을 밝히며 우크라이나를 종전 협상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된 것도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 제안의 배경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새로운 카드를 내놓으며 협상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이 같은 조건을 미 행정부에 전달했으나 협조하겠다는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제재 대상 유조선인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합법화 절차를 밟으며 친러시아 행보를 한층 강화했다.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 등이 석유 수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용하는 유조선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제재 대상으로 묶인 유조선을 매입해 개조한 뒤 합법적으로 원유 운송에 사용하는 투자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제재를 무조건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 지위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