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 법인이 입주한 빌딩 두 곳에서 잇따라 불이 나 19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번 화재를 방화로 보고 용의자로 추정되는 70대 남성을 검거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당 남성은 과거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방화를 시도했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원한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역삼동 신명빌딩과 한양빌딩 연쇄방화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54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신명빌딩 3층에서는 “검은 연기가 심하게 나고 건물 3층 창문에 5명이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7분 뒤인 낮 12시1분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서도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A씨는 화재 발생 약 4시간 뒤인 오후 4시16분 서울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검거됐다. A씨가 이날 오전 기름통을 들고 역삼동 빌딩 안에 들어가는 모습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A씨는 2022년에도 동일한 특허 법인 두 곳에 방화를 하려다 미수로 그치며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년 만에 범죄를 완성한 셈이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씨가 기름통을 들고 다니며 특정 변리사를 찾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각 건물 화재가 시작된 층에는 서로 다른 특허법인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화재로 신명빌딩 3층 특허 법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변리사 B씨가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다. 함께 근무하던 B씨의 남편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17명이 다쳤으며, 6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환자들은 인근 한양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중앙대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김현석 강남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심정지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자가호흡이 돌아온 상태”라며 “나머지 중·경상 환자들도 전부 관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화재 여파로 건물 창문이 깨지고 주변 도로의 교통이 통제되는 등 일대에 혼란이 빚어졌다. 인근 카페 일부는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신명빌딩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9)씨는 “소방차가 출동해 나가봤더니 연기가 나고 사람들이 창틀에 매달려 있고 얼마 뒤 ‘펑’하고 폭발하는 소리가 나 겁이 났다”며 “(이게 방화라면) 요새 너무 이상한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