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88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정부가 ‘100주 연속 상승’이라는 상징적 불명예를 막기 위해 추가 대출 규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대신 대출 문턱을 인위적으로 높여 통계상 상승세를 끊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현금 부자들의 ‘그들만의 리그’는 온존한 채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만 박탈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21일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세워진 역대 최장 상승 기록(85주)을 이미 넘어 88주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추세가 연말이나 내년 1월쯤까지 지속될 경우 사상 첫 ‘100주 연속 상승’을 돌파한다. 이에 당국은 세 자릿수 상승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현재 15억 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최대 6억 원 한도의 주택담보대출을 4억 원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 등 추가 대출 옥죄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출 규제는 통계 숫자를 일시적으로 멈칫하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낼 뿐, 집값을 잡은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남·마포 등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이미 대출 없는 ‘순수 현금 거래’ 비중이 압도적인 반면, 대출 축소의 직격탄은 중저가 외곽 주택을 노리는 20·40대 실수요자에게 집중된다. 부모 지원을 받는 이른바 ‘엄빠 찬스’나 고액 자산가가 아닌 성실한 월급쟁이들의 ‘주거 사다리’만 걷어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수요 억제책 대신 시장이 요구하는 실질적 공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단축과 용적률 완화, 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조기 구축, 그리고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등이 맞물려야 비로소 상승 불길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장은 “대출 규제가 집값을 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100주 가기 전에 한 번만 끊어주자며 ‘리셋 버튼’을 누르려는 것에 불과하다”라며 “결국 무주택 서민은 내 집 마련을 못 하게 막히고, 진짜 사다리만 걷어차게 되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