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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에도 기록된 ‘가평 잣’이 사라진다… 이유는?

경기 가평군의 ‘잣’이 사라지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토산물로 기록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가평 잣’은 한때 연간 수천t이 생산됐지만 10년 새 한 자릿수로 주저앉으면서 명맥이 흔들리고 있다.

 

잣나무 해충 ‘소나무허리노린재’ 모습.       가평군 제공
잣나무 해충 ‘소나무허리노린재’ 모습.       가평군 제공

20일 산림청의 ‘임산물 생산조사’에 따르면 가평군의 잣 생산량은 2024년 9.2t으로 10년 전인 2014년(2205t)보다 99.6%가 줄었다. 10년 전 생산량의 0.4%만 남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잣 주산지인 가평은 2016년 3937t이 생산돼 전국 생산량(9682t)의 58.6%를 차지하기도 했다. 매년 수천t이 생산되던 가평 잣은 2018년 183t으로 급감한 후 2024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통계조차 잡히지 못할 정도로 줄었다. 이런 여파로 전국의 잣 생산량도 2014년 6671t에서 2023년 816t으로 하락했다.

 

잣 생산량 감소 배경으로는 기후변화와 병해충 피해가 함께 지목된다.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 잣나무는 기온 상승에 따른 수분 부족으로 생장이 제약될 수 있다. 또 2020년 가평에서 발견된 소나무허리노린재 해충은 솔방울의 내용물을 빨아먹어 종자 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생산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모습.        가평군 제공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모습.        가평군 제공

재선충병이 확산한 것도 생산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산림청은 오는 29일 가평군 전역 8만4366㏊를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을 예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가평 인근 지역인 강원 춘천과 홍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홍천군산림조합에 따르면 지역내 잣 수매량은 지난해 기준 약 350t으로 10년 새 30%로 줄었다.

 

춘천에서 잣을 생산하는 김은실씨는 “3년 새 생산량이 60% 감소해 평균 2000만원의 매출액이 2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소량으로 생산되는 잣마저도 품질이 떨어져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득원이었던 잣을 대체하기 위해 버섯, 산나물 등을 찾고 있지만 영세한 임가 입장에선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기 가평군 잣 생산량 추이.
경기 가평군 잣 생산량 추이.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잣 가격은 크게 올랐다. 산림조합중앙회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서 가평지역 깐 잣 특등급 생산지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당 15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같은 날의 6만3000원보다 146.0% 상승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가평잣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는 벌목해 수종을 전환하고 번지지 않은 구역은 보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