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핵심 통신망인 군용 스타링크(스타실드)의 인터넷 속도 제한을 지시한 것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 정부 당국자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디젤 정유 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머스크가 분노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고유가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머스크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장비의 위성 네트워크 연결 속도를 제한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우크라이나의 공격용 및 요격용 드론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WSJ는 머스크를 실제 지시를 내린 당사자라고 지목했지만,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에 조율된 결정인지 머스크의 독자적인 결정인지를 두고는 엇갈리는 증언들을 전했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스타링크 속도 저하 문제가 공개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중 머스크와 통화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중 한 소식통은 두 사람이 스타링크의 속도를 제한하기 전에도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미 당국자들은 머스크가 일방적으로 행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보복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머스크가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타링크가 복구되지 않으면 자국민이 사망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하자, 속도 저하를 누가 지시했는지를 두고 혼란이 가중됐고 백악관 내부에서 비공식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스페이스X 관계자들은 백악관 측에 연락해 머스크의 지시에 앞서 회사와 트럼프 행정부가 사전에 협의했다는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역시 몇시간 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스타실드 시스템의 속도·사용에 대한 모든 제한은 미군 당국, 최종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책임을 미국 정부로 돌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난 16일 스타링크 속도 제한에 대해 "내가 (한 일이) 아니었다. 일론 (머스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이날 "우리는 어떤 것도 제한하지 않았다"며 "(스타실드 활용에는) 궁극적으로 준수해야 할 서비스 약관이 있으며, 그 부분에서 스타링크가 결정을 내릴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동시에,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에 '생명줄'과 같은 통신망을 쥔 머스크의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마치 스위치를 가볍게 튕기듯, 머스크는 이 치명적인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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