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꺾이고 자산 시장이 반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1억~10억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대중부유층과 10억 원 이상 고자산가를 중심으로 ‘은행 거치식 예금 축소, 주식 자산 대폭 확대’라는 뚜렷한 리밸런싱이 확인됐다. 다만 같은 주식 확대 국면에서도 2030 세대는 저축과 비상금을 병행한 반면, 지출 부담이 큰 4050 세대는 적금까지 해지해 주식 비중을 채우는 등 세대별 포트폴리오 방어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1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024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8개월간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통합 고객 금융자산 데이터를 추적 분석한 결과, 고객들의 총 금융자산은 평균 29% 늘어났다.
자산 규모 비례한 ‘스노우볼’… 고자산가 증가율, 일반층의 6배
이번 데이터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특징은 자산 규모에 따른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양극화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고자산가 구간의 자산 증가율은 54%에 달했다. 1억 원 미만 일반자산 구간(9%)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하는 격차다. 1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의 대중부유층 구간 역시 27% 증가하며 전체 평균 수준의 견조한 성장을 나타냈다.
전체 금융자산 파이에서 각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요동쳤다. 고자산가 구간 비중은 같은 기간 약 6%포인트(p) 확대된 반면, 일반자산 구간 비중은 약 5%p 쪼그라들었다.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갖춘 계층이 주식 시장 반등 수혜를 적극 흡수하며 자산 격차를 벌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 연령대 주식 100% 이상 급증… 20대는 139% ‘원톱’
포트폴리오 변화의 중심에는 대중부유층의 ‘머니무브’가 있었다. 연 4%대를 웃돌던 정기예금 만기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거 재배분됐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재편은 전 연령대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가장 공격적으로 비중을 옮긴 세대는 20대였다. 20대의 은행 거치식 예금은 34% 줄어든 반면, 주식 자산은 139% 폭증했다.
30대와 40대 역시 예금을 각각 28%, 29% 덜어내고 주식을 124%, 107% 채웠다. 50대(예금 22%↓·주식 113%↑)와 60대(예금 11%↓·주식 129%↑)도 주식 자산을 두 배 이상 불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계층은 70대 이상이다. 70대 이상은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거치식 예금(10%↑)과 주식 자산(151%↑)이 동시에 증가했다. 기존 보유 원금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식 자산 증가율에서는 전 세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벨 전략’ 2030 vs ‘적금까지 깬’ 4050… 갈라진 현금 관리
주목할 지점은 위험 자산(주식)을 늘리는 과정에서 각 세대가 취한 ‘현금성 완충 자산’의 관리 방식이다.
2030 세대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양극단으로 운용하는 ‘바벨(Barbell) 전략’을 구사했다. 주식 자산이 120~130%대 폭증하고 증권 펀드가 19~26% 불어나는 와중에도, 수시입출식 유동성 예금(20대 5%↑·30대 10%↑)과 적립식 예금(각 10%↑)을 동반 확대했다. 주식 비중을 높이면서도 하락장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현금 쿠션을 유지한 셈이다. 은퇴 세대인 60대(20%↑)와 70대 이상(37%↑) 역시 유동성 예금을 대폭 늘려 안정판을 깔았다.
반면 자산 형성의 허리층인 40대와 50대는 상반된 포트폴리오를 나타냈다. 40대와 50대의 유동성 예금은 각각 3%, 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적립식 예금은 오히려 각각 10%, 9% 감소했다. 자녀 교육비와 주거 비용 등 고정 지출 압박이 극에 달한 연령대 특성상, 신규 저축 여력이 말라붙자 기존 적금까지 깨가며 주식 비중을 유지·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는 “고금리 국면이 지나가고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자 예금을 줄이고 증권 계좌를 채우는 움직임이 전 세대에서 확인됐다”며 “다만 주식 몰빵이 아닌 유동성과 적립식 저축을 병행한 세대와, 지출 부담으로 저축을 줄여야 했던 세대 간의 체력 차이가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확연히 갈렸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