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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협박 넘어 흉기·방화까지…'시한폭탄' 악성 민원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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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담당 공직자 설문서 86% "특이민원 경험"…폭언·스토킹 피해도
역삼 방화범, 4년 전에도 같은 건물서 방화 시도…"보호장치 필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쇄방화 사건을 계기로 민원이나 분쟁 과정에서 반복되는 위협에 대한 대응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인에 대해 "시한폭탄 같다"는 말로 불안감을 표출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폭언·협박에 그치지 않고 흉기나 인화물질을 들고 상대방을 찾아가는 범행이 되풀이되면서 피해 예방과 보호 조치 강화가 과제로 꼽힌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간 국민신문고와 지방자치단체 민원창구 등에 접수된 민원은 133만6천828건으로 집계됐다.

성별·연령이 확인된 민원에서는 남성이 65.2%를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40대가 26.5%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연간 민원 접수량도 1천329만3천103건에 달했다. 이는 일반적인 문의와 신고 등을 포함한 전체 민원 통계다.

지난해 성별과 연령이 확인된 민원을 함께 분석하면 30대 남성(16.2%), 40대 남성(16.0%), 50대 남성(13.6%) 순이었다.

폭언·폭행이나 상습적인 반복 청구 등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특이민원' 피해도 적지 않다.

[AI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AI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권익위가 지난해 393개 공공기관 민원 담당 공직자 1천9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 86%인 947명이 최근 3년간 특이민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 경험률(중복 응답)은 상습·반복 민원 청구가 70.9%로 가장 높았고, 폭언 63.1%, 신상 공격 40.4%, 폭력 18.7%, 스토킹 13.3% 등이었다.

기관 운영상 피해로는 다른 업무처리 지연이 87.9%, 민원 업무 기피 등 인사 문제가 51.9%로 나타났다.

행정기관뿐 아니라 민간의 법률·특허 업무를 둘러싼 분쟁에서도 불만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전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힌 70대 A씨는 해당 건물에 입주한 특허법인들이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2년에도 같은 법인 두 곳에 불을 지르려다 붙잡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2022년 6월 10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2022년 6월 10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2022년 6월 대구에서는 민사소송에 잇따라 패소한 50대 남성이 소송 상대편 변호사의 사무실에 불을 지르는 참사가 발생했다.

 

건설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이 남성은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질렀고,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 방화범 등 7명이 숨졌다. 같은 건물에 있던 입주자와 의뢰인 등 50명도 다쳤다.

공무원 민원 처리에 대한 불만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8년 8월 경북 봉화에서는 수도 사용 문제로 이웃과 갈등하던 70대가 이웃에게 엽총을 쏴 다치게 한 뒤 면사무소로 이동해 공무원 2명을 숨지게 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은 수도 관련 민원 처리에도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9월 전북 군산에서는 복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를 받은 50대 남성이 담당 공무원에게 "너 목숨이 몇 개 있냐"며 협박한 뒤 흉기를 들고 시청을 찾아가 붙잡혔다.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사다리차에 올라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사다리차에 올라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신이 겪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보다 사회나 특정 대상에게 돌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반복되면서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상담이나 중재를 통해 민원인이 자신의 판단을 돌아볼 수 있도록 중간 단계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위법행위에 기관이 직접 대응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경찰 출신 '특이민원대응전문관'을 임용해 폭언·폭행 대응과 법적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3년간 공무원들을 상대로 599건의 괴롭힘을 일삼은 40대 남성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신뢰가 취약해지면서 생기는 압력이 실제로는 개인 간의 사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제도의 최전선에서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직원들이 취약하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악성 민원을 현장 직원이 전담하도록 하기보다 조직 차원에서 걸러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위험과 압력을 개인이 감당하게 하지 않고 조직 단위에서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제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