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에는 독일 탄광에서 일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수리업 등을 거치며 삶의 터전을 일궜다. 그렇게 낯선 땅에서 사업가로 자리 잡은 뒤에도 고향의 어려운 이웃을 잊지 않았다. 해마다 생활비를 보태고,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형만 만희복지재단 이사장의 나눔이 올해로 30년째를 맞았다. 충남 공주에서 시작한 이웃사랑은 그가 정착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어졌다. 부부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붙인 ‘만희’라는 이름 아래 고향과 이민사회 양쪽에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충남도는 21일 충남육아종합지원센터 대강당에서 만희복지재단으로부터 생활지원금 1억원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전달식에는 박수현 충남지사와 박 이사장, 성우종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지원 대상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성금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지정기탁 방식으로 취약계층 100명에게 100만원씩 지원된다. 공주 출신인 박 이사장의 고향사랑을 반영해 공주에서 50명을 선정했다. 나머지 50명은 지역별 기초생활수급자 수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어려운 이웃에게 생활비를 직접 보태는 방식은 박 이사장이 오랫동안 이어온 나눔이다. 지원 대상과 규모는 달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일상을 곁에서 받쳐주겠다는 뜻은 30년 동안 이어졌다.
공주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파독 광부 출신이다. 독일에서 일한 뒤 1967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언어와 생활환경이 다른 곳에서 정착의 시간을 견디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수리업 등을 거쳐 자수성가한 뒤에는 자신이 일군 결실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마음이 고향에 닿은 것은 1997년이다. 공주문화원을 통해 만희복지재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재단 이름은 자신의 이름 끝 자인 ‘만’과 부인 이숙희씨의 이름 끝 자인 ‘희’를 합쳐 지었다. 부부의 이름을 나란히 놓은 두 글자가 해마다 고향에 전해지는 후원의 이름이 됐다.
이후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생활지원금을 전달하고, 장애인 복지시설과 학교를 후원했다. 2022년에는 공주시와 결연 협약을 맺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도 공주지역 취약계층 50명에게 100만원씩을 전달하고 복지시설 2곳에 각각 500만원을 후원했다.
나눔은 태어난 고향에만 머물지 않았다. 재단은 LA 한인타운에 사무실을 두고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지원과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는 LA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전달해 왔다.
그곳에서는 한인뿐 아니라 다른 인종의 이웃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장애인과 홀몸노인, 한부모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지원했다. 2024년에는 한인과 다른 인종의 주민 50명에게 1000달러씩 총 5만달러를 전달했다. 고향에서 시작한 나눔이 국적과 인종을 넘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보듬는 일로 넓어진 셈이다.
박 이사장은 이날 성금 전달식 이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충남 210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30년 동안 이어온 기부에 또 하나의 약속을 더한 자리였다.
박 지사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오신 박형만 이사장님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고향을 향한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 나눔이 이제는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사람을 향한 관심과 배려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며 “도 역시 나눔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닿아 도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탄광과 미국의 사업 현장을 거친 박 이사장의 삶은 고향 이웃의 생활을 돕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그 마음은 100명의 이웃에게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