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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국중박에 오점 남긴 ‘스타 관장’…‘셀프 출품’ 논란 유홍준 결국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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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검증 부실과 이해충돌 논란에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관람객 650만명을 돌파하며 세계 3위 박물관으로 도약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관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신뢰에 상처를 입게 됐다.

 

유 관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모든 비판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또 “박물관 연구직들이 오랜 시간 성심을 다해 준비한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의 의의가 이 일로 인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기 전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기 전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5만원에 산 유묵 직접 추천… 검증 부실에 소유 사실도 비공개

 

논란은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비롯됐다. 박물관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외부 제보로 작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박물관은 작품을 철거하고 전문가 7명의 검증을 거쳐 지난달 박중양의 글씨로 최종 결론 내렸다.

 

단순한 전시품 검증 실패로 보였던 사건은 해당 유묵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장 개인의 책임 문제로 번졌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작품을 5만원에 구입한 뒤 지난 5월 직접 전시를 추천했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확정된 특별전 최초 출품작 목록에는 해당 유묵이 없었지만 5월8일 유 관장이 작품을 추천한 뒤 같은 달 19일 출품동의서와 인수증이 작성됐고, 22일에는 관장 보고를 거쳐 전시 위치까지 확정됐다. 관장이 자신의 소장품을 추천한 지 14일 만이었다.

 

반면 작품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별도의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물관은 소장자인 유 관장의 설명 등을 토대로 작자를 판단했다. 박중양이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미 2009년 정부 보고서에도 기록돼 있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유 관장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별도 감정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라서 확신했다”고 답했다. 작품 선정 당시 별도의 서예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고, 이해충돌 신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 실패 이후의 대응도 비판을 키웠다. 유 관장과 박물관은 작품 철거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사과했지만, 정작 작품이 유 관장의 소장품이며 직접 전시를 추천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소유 사실은 지난 15일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유 관장은 국정감사에서 처음에는 개인 소장품임을 밝히는 것이 자랑처럼 보일까 봐 주저했고, 친일파 작품으로 확인된 뒤에는 미술사학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에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실수를 국민에게 밝히지 못한 것은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배우자 기증품·저서 홍보 의혹까지… 과거에도 잇단 구설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과 저술 활동이 박물관 업무와 맞물린 다른 사례들도 논란이 됐다. 같은 특별전에는 유 관장이 소장한 ‘자수 상보자기’도 출품됐다. 배우자가 기증한 ‘석호상’과 ‘석호소상’ 두 점은 관련 규정에 따른 홈페이지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같은 날 유 관장 본인이 기증한 유물 두 건은 공개된 것과 대조적이다. 석호상은 지난 6월부터 박물관 열린마당 계단에 전시 중이다. 박물관은 유물이 무거워 고화질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배우자 기증품의 수증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이 유 관장이라는 점에서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개인 저서 ‘겸재 정선’ 홍보에 박물관을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 관장이 지난 2월 책을 출간한 뒤 같은 달 박물관에서 정선 관련 전시가 열렸고, 3월에는 유 관장이 직접 특별강연을 진행한 뒤 참석자들에게 사인했다. 박물관은 정선 탄신 350주년과 서화실 재개관을 기념한 자체 기획 전시로 책 출간과는 관계가 없으며, 사인도 청중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유 관장은 과거 문화재청장 재직 당시에도 개인 저술 활동과 공적 업무가 맞물리면서 논란을 빚었다. 2007년 문화재청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 유 관장의 저서 5종을 정부 예산 1300여만원으로 구입해 홍보용으로 배포한 사실이 드러졌다. 유 관장은 자신이 구입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인세 등 수입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했다.

 

문화재청장 시절 문화유산 관리와 관련한 구설도 잇따랐다. 2006년에는 산불로 소실된 낙산사 동종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종 내부에 유 관장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드러져 논란이 됐다. 유 관장은 몰랐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2007년에는 취사가 금지된 경기 여주 효종대왕릉 재실 앞마당에서 가스통과 숯불 등을 이용해 조리한 음식으로 관계자들과 식사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당시 관행적인 내빈 접대였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이 문화유산 관련 공직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8년에는 숭례문 화재로 국보가 소실되자 문화재청장으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배우자와 유럽 출장 중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유성 출장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한 유 관장은 15개월 만에 다시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