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가계살림 적자 규모가 그 이전 1년과 비교해 소폭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처분소득 증가분보다 소비지출이 더 크게 늘면서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소득 증가분이 소비 지출을 웃돌면서 월평균 가계 흑자액이 5만원 넘게 늘었다. 올해 3%대 중반을 바라볼 정도로 강한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계층별 가구 살림살이의 온도차가 뚜렷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초호황의 온기가 밑바닥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양극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전국, 실질 기준)’를 분석한 결과, 2025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1년 간 1분위 가계의 적자 규모는 월 평균 30만9000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전 1년인 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의 1분위 가계 적자액 평균(30만5000원)보다 4000원(1.3%) 악화된 것이다. 이 수치는 각 분기별 가계 적자액을 평균 내 도출했다. 가계동향조사는 계절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한다. 1분위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하위 20%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조사 시점마다 가구 구성은 달라진다.
1분위의 적자규모가 확대된 건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빼 산출한다. 2025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89만4000원 정도였다. 그 이전 1년인 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5만3000원)보다 4만1000원(4.8%) 늘었다. 하지만 소비지출은 더 크게 증가했다. 실제 1분위의 최근 1년 월평균 소비지출은 120만3000원으로 그 이전 1년(115만8000원) 대비 4만5000원(3.9%) 정도 증가했다.
이는 고소득층 가구의 가계 흑자액이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5분위의 소비지출은 최근 1년 441만4000원으로 그 이전 1년(435만4000원)과 비교해 6만원(1.4%) 증가했다. 하지만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 월평균 765만8000원에서 2025년 3분기~올해 2분기 777만2000원으로 11만4000원(1.5%) 늘었다. 이에 따라 5분위의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최근 1년 335만8000원으로 직전 1년(330만5000원) 대비 5만3000원(1.6%) 정도 증가했다.
저소득층은 필수 지출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소득이 늘더라도 다른 지출을 조정해 가계의 여유를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 최근 1년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주거·수도·광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39.9%로, 5분위(20.9%)의 약 1.9배에 달했다. 소득이 늘더라도 식비와 주거·에너지 관련 지출을 줄여 적자를 메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향후에도 경기 회복의 온기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에서도 소비 측면보다는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세수 증가가 두드러진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세수 재추계 전망치(478조6000억원) 대비 105조8000억원(22.1%) 증가한다. 세수 증가분은 법인세가 대부분 견인한다. 법인세 세수 전망치는 올해 136조4000억에서 내년 216조7000억원으로 80조3000억원(58.9%) 늘어난다. 전체 세수 증가분의 75.9%를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가가치세의 경우 올해 89조원에서 내년 91조4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2.7%) 늘어나는 데 그친다. 개인사업자의 사업소득이 반영되는 종합소득세도 올해 22조7000억원에서 내년 24조3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7.0%) 증가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율은 9.3%로 총지출 증가율(12.8%)을 밑돈다. 이에 경기 회복의 성과를 취약계층의 소득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상·통계학)는 “수출을 통해 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온기가 골목상권까지 가지 않는 등 섹터(부문) 간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부문 간 차이를 메워주는 건 정부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