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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스크린서 만나는 제인 오스틴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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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31년 만에 리메이크
28일 개봉… 자매 유대감 묘사 눈길

리안 감독이 연출하고 에마 톰슨과 케이트 윈즐릿이 자매로 출연한 1995년 영화 ‘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 원작을 영화화한 대표적 명작으로 꼽힌다. 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에스메 크리드마일스가 자매로 나선 2026년 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1995년 판이 사랑과 절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고전적인 로맨스의 형식으로 그렸다면, 조지아 오클리 감독의 ‘이성과 감성’(28일 개봉·포스터)은 자매간의 유대감에 한층 밀착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 엘리너(데이지 에드가 존스), 메리앤(에스메 크리드마일스), 마거릿(보디 레이 브레스낙)은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당시 관습에 따라 집안의 영지는 대시우드 부인의 의붓아들 존과 그의 밉살스러운 아내 패니에게 고스란히 상속됐다. 존 부부가 저택을 차지하며 모녀는 사실상 집에서 밀려나 황량한 데번의 초라한 시골집으로 이사한다.

그에 앞서 엘리너는 패니의 남동생 에드워드(조지 매카이)와 사랑에 빠진다. 반듯하고 선량한 에드워드는 엘리너와 잘 어울리는 짝이고, 둘은 서로에게 첫눈에 빠진 듯 보인다. 하지만 마음이 통했다고 사랑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니까. 에드워드에게 오래된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런던에서 알게 된 엘리너는 충격에 빠진다. 오해와 엇갈림이 이어지지만, 결말에서 마침내 두 사람은 데번의 푸른 풀밭에서 입을 맞춘다. 132분을 기다린 보람이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운 엘리너가 ‘이성’을 상징한다면, 고집 세고 격정적인 여동생 메리앤은 ‘감성’을 상징한다. 메리앤도 자신만의 연애 여정을 겪는다. 어느 날 해변을 산책하다 발목을 삔 메리앤을 매력적인 바람둥이인 윌러비(프랭크 딜레인)가 구해준다. 윌러비에게 순식간에 빠져든 메리앤은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우직한 브랜던 대령의 진심을 알아보지 못한다.

두 자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다는 점은 1995년 판과 같다. 그러나 신작은 연애의 성취 못지않게 자매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세심하게 묘사한다. 영화에서 자매들이 이따금 나누는 포옹은 남녀의 키스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의 호연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매카이와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에드워드와 엘리너 커플의 조심스러운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노르웨이 배우 헤르베르트 노르드룸은 한결같은 브랜던 대령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