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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의 제5영역] AI, 꿈을 이뤄줄 가능성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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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대신 하는 치트키 아닌 도구로 활용
진정성 바탕 위에 부족한 것 보완해 도전

요즘 화제가 된 노래 제목이다. 인공지능(AI)이 부른 노래인데 멜론차트 3위까지 올랐다. 막상 들어보면 서정적인 가사에 호소력 있는 가수의 목소리가 AI라고 짐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흔히 들어본 노래 같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절절하다. 유튜브 댓글에는 “한참 울다가 글을 남긴다”, “서울살이 너무 힘들다”, “이 노래 듣는 사람들 파이팅” 같은 사연이 넘쳐난다.

노래의 제작자는 ‘머무르’, 10년 넘게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써 준 두 명의 작곡가가 만든 팀이라고 한다. 가사는 자신들이 썼고 AI가 보컬을 맡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조선힙합’이라는 뮤지션은 ‘마음의 숲’이라는 노래로 앞서 멜론차트 100위 안에 올라 화제가 된 바 있다. 머무르는 전문 음악가이지만, 조선힙합은 악기 하나 다룰 줄 몰랐던 요식업 종사자였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이런 곡들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혹평이 있다. “AI인 줄 모르고 속았다” 같은 반응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1980년대 미디(MIDI), 그러니까 컴퓨터 음악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악기 연주를 못해도 컴퓨터에 악보만 입력하면 악기 소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방구석에서 컴퓨터로 연주가 가능했다. 심지어 다른 음악의 일부분을 잘라붙이는 샘플링도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게 밴드도 없이 방구석에서 마이크와 키보드만으로 직접 음반을 내는 뮤지션이 등장하자 지금과 같은 비판이 따라붙었다. ‘가짜 소리’, ‘기계 소리’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 가짜 소리가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유튜브 채널 중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정서불안 김햄찌’라는 채널이 있다. 헤드셋을 끼고 출근하는 햄스터가 주인공이다. 직장 상사에게 ‘뼈 때리는’ 지적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고, 옆 팀의 무리한 마감 요청으로 야근을 하게 되자 화를 내는 모습은 여지없는 우리 모습이다. 햄스터의 표정과 몸짓, 목소리는 모두 AI로 만들었지만, 채널은 6개월 만에 구독자 60만명을 모았다. 진솔한 이야기가 만든 공감의 힘이다.

올해 초, 세상은 AI 슬롭(slop, 구정물)을 걱정했다. 기우가 아니었다. 어느새 링크드인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AI로 쓴 천편일률적인 문체의 자기자랑 글들이 피드를 가득 메운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에서도 성의 없는 AI 콘텐츠가 넘쳐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에는 AI가 통째로 만든 노래가 하루 9만곡씩 업로드된다는데, 정작 이런 곡들 중 실제 재생 비중은 1~3%에 그친다고 한다. 모두 구정물 같은 콘텐츠이지만, 어쨌든 만들어진다.

하지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같은 콘텐츠는 다르다. 사람이 직접 가사를 쓰고, AI가 멜로디를 붙이면 작곡가들이 직접 노래를 불러가면서 AI와 함께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최종 보컬은 AI가 맡았지만, 완성품에 이르는 이런 과정이 과연 일반적인 창작의 고통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빌보드 R&B 차트 상위에 올랐던 자니아 모네도 AI 가수다. 그 뒤에는 노래는 못해도 평소 써오던 시에 AI로 보컬을 붙인 텔리샤 존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들에게 AI는 창작을 대신 해주는 ‘치트키’라기보다 직접 도전할 수 없었던 ‘목소리’를 대신 해주는 악기에 더 가깝다.

그래서 AI가 우리에게 만들어주는 건 가능성이다. 가수를 섭외할 수 없으면 노래를 만들 수 없었던 사람도 이젠 직접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카메라와 배우를 구하기 힘들었던 사람도 직접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대학 시절, 기타 하나 들고, 미디 장비 앞에 앉아 뚝딱거리며 노래를 만들어 보던 때가 있었다. 물론 능력이 부족해서 일찍 접었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나는 ‘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세대는 꿈꾸던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