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 2023년에 인간처럼 말하는 것도 놀라웠는데 어느새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AI가 노트북 컴퓨터 등 사용자 기기를 직접 제어하여 사용자가 지시한 일을 대신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조만간 공인인증서를 통한 금융거래 등 우리를 괴롭혀 온 수많은 번거로운 일 역시 AI가 직접 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훨씬 프로그래밍도 해내는 AI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신 입력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편리함과 위험은 언제나 함께다. AI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이와 함께 치명적인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현재 사용자 컴퓨터를 제어하는 AI는 전부 비슷한 방법으로 동작한다.
일단 사용자가 AI에 기기에서 접근할 수 있는 파일 등 정보를 지정해 주고, 자신의 기기에서 실행해도 되는 프로그램을 지정해 준다. 그 뒤에 사용자가 AI에 지시를 내리면 AI는 접근 가능한 정보와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범위 안에서 사용자의 지시를 실행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AI는 사용자 컴퓨터 내부의 정보를 보게 된다. 이는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당연하지만 인간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는 AI도 일으킬 수 있다. 누군가가 컴퓨터에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대신 입력해 줬다면, 이후 보안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올라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녀, 배우자 등 가까운 사람에게만 이런 부탁을 한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라’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AI를 사용할 때는 이런 원칙을 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최첨단 고성능 AI는 내 컴퓨터 모니터에 글을 띄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구동되고 있다. 그래서 AI에 일을 맡기려면 결국 내 개인정보를 해외 서버에 보내야만 한다.
물론 구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는 이런 정보를 얻더라도 계좌 비밀번호를 이용해 개인의 금전을 탈취하려는 시도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 내부 감시도 강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 얻을 이익이 너무나 낮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스타트업 역시 사용자 기기를 제어하는 편의성 AI앱을 출시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앱이 ‘더 많은 기능을 원하면 더 많은 정보를 달라’고 사용자에게 요청할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스타트업이 과연 내 정보를 약속한 대로 관리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대기업조차 때때로 해킹당하여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에, 수많은 스타트업에 컴퓨터 내에 저장된 민감한 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개인정보를 법에 맞게 다루겠다는 것은 약관 속 한줄 글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시대가 오면, 해킹당해 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발생할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기존에는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해도 피해자에게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이제는 직접적인 금융정보부터 개인의 사생활과 여행 동선 등 더욱 치명적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피해 빈도도 높아지고, 피해 액수도 예전보다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가 발명되어 인류는 예전보다 더 많은 짐을 적재하고도 두 도시를 더 빠르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인간 한 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교통사고라는 치명적 위험이 생겼고, 운전하지 않는 사람도 도로교통법을 배워야 하게 되었다.
AI도 마찬가지이다. AI는 삶의 모든 것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AI 덕분에 편리해진 것과 덜 공부해도 되는 것이 생겼다.
대신 예전보다, 심지어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공부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
늘 그렇듯, 할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신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신기술 덕분에 얻게 되는 편리함과 즐거움 역시 예전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정인성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