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개방형 인공지능(AI) 모델 경쟁에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자체 AI 모델을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상업적 활용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사 모델을 활용하도록 유도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글로벌 AI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 AI연구원, 네이버, 카카오, 업스테이지, 국내 주요 AI 기업 5곳의 공식 계정에 공개된 모델은 187개다. SK텔레콤 18개, LG AI연구원 50개, 네이버 65개, 카카오 28개, 업스테이지 26개다.
네이버는 기업 공식 계정과 자체 AI 모델 배포 채널 하이퍼클로바X 계정을 합산했고, 나머지 기업은 주력 모델 배포 계정을 기준으로 했다. 동일 모델의 경량화·변형 버전도 포함됐다.
기업들은 올해 초거대 AI 모델로 개방 범위를 넓히고, 활용도가 높은 경량화 모델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LG AI연구원은 7500억개 매개변수 규모의 ‘K-엑사원 2.0’을, SK텔레콤은 6880억개 규모의 ‘A.X K2’를 각각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아파치 2.0 라이선스를 적용했다. SK텔레콤의 ‘A.X K2’는 최근 한 달간 1만4625건 다운로드되며 수천건에 그치는 다른 대규모 모델과 비교해 꾸준한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개방 전략은 중국 AI 모델의 글로벌 확산과 맞닿아 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의 ‘큐원’ 등 중국 기업들이 성능 대비 비용 경쟁력이 높은 AI 모델을 공개하고 이를 활용하는 개발자들이 늘면서다. 개발자들이 공개 모델을 활용해 새 서비스를 만들거나 자체 모델을 개발하면서 관련 도구와 파생 모델도 빠르게 축적됐다. 올해 초 허깅페이스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간 전체 다운로드 중 중국 모델 비중이 41%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도 개방형 AI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국산 모델에 대한 해외 개발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모델을 공개한 뒤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모델을 다시 고도화할 수 있어 ‘윈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용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모델의 수치 정밀도를 조정해 저장 공간과 연산 부담을 줄이는 ‘양자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2장에서도 구동할 수 있게 모델을 가볍게 만들어 활용도를 높인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 양자화 버전은 최근 한 달간 67만5102건 다운로드됐고, SK텔레콤도 지난달 A.X K2의 양자화 모델을 공개했다.
개방형 AI 생태계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직면 과제다. 알리바바 큐원은 허깅페이스에 모델 469개, 딥시크는 106개를 공개하고 있다. 큐원 한 곳의 공개량이 국내 주요 5개 기업 합계의 2배를 웃돈다. 올해 1∼7월 큐원 계열 모델의 다운로드는 20억6100만건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이 모델 공개를 확대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활용 사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성진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민간 싱크탱크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에 낸 보고서에서 “올해 새로 만들어진 모델 가운데 49.3%가 중국 모델 기반”이라며 “국내 모델이 현장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라이선스, 다양한 크기의 모델, 파인튜닝(추가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사례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