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경남 창원의 한 노래방에서 26세 여성이 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양주 약 700㎖를 1분 만에 마신 뒤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485%였다. 재판부는 업주 2명에게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은 잠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깨워도 의식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급성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단순히 잠을 재우며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음주 멈춰도 혈중알코올농도 계속 오를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시면 위와 소장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를 간의 분해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에 따르면 술을 마시지 않는 동안에도 위와 장에 남아 있는 알코올은 계속 혈액으로 흡수된다. 의식을 잃은 뒤에도 알코올 흡수가 계속되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기능을 억제한다.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판단력과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호흡과 심박수, 체온을 조절하는 뇌 기능까지 억제될 수 있다.
이번 사망 사건에서 확인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485%로, 생명을 위협할 만큼 높은 수치였다. 알코올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체격과 성별, 음주 속도, 건강 상태, 복용 약물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심각한 알코올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술 취해 토하다 질식할 수도…의식 잃으면 더 위험
급성 알코올 중독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구토에 따른 질식 가능성이다. 평소에는 음식물이나 위 내용물이 기도로 넘어가려 할 때 기침과 구역반사 등이 이를 막는다. 하지만 알코올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이러한 보호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구토하면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할 수 있다. 토사물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손상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호흡 자체가 느려지거나 멈추는 것도 문제다.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깨워도 반응 없으면 즉시 119…호흡수 확인보다 신고가 먼저
NIAAA는 분당 호흡이 8회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숨 쉬는 간격이 10초 이상 벌어지는 경우를 심각한 알코올 중독의 위험 신호로 제시한다.
반복적인 구토와 경련, 느린 심박수, 차갑고 축축한 피부, 창백하거나 푸르스름한 피부, 비정상적으로 낮은 체온도 주의해야 할 증상이다.
모든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름을 부르거나 어깨를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잠깐 눈을 뜨더라도 다시 의식을 잃거나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면 응급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서도 안 된다. 알코올의 영향으로 호흡이 점차 느려지거나 갑자기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찬물 샤워·억지 구토 금물…119 도착 전 대처법
술에 취한 사람에게 진한 커피를 마시게 하거나 찬물로 샤워시키면 술이 깬다는 속설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각성감을 줄 수 있지만, 혈액 속 알코올을 제거하지 못한다. 찬물 샤워 역시 알코올 분해를 돕지 않으며 저체온증과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억지로 토하게 하는 행동도 위험하다. 특히 의식이 없거나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물이나 숙취 해소 음료를 먹이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다.
119에 신고한 뒤에는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환자 곁을 지키면서 호흡 상태를 살펴야 한다. 의식은 없지만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있고 척추 등 심각한 외상이 의심되지 않는다면 옆으로 눕히는 회복자세를 취하게 한다. 구토할 때 토사물이 기도를 막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담요나 겉옷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인 헐떡임만 나타난다면 환자를 바닥에 똑바로 눕히고 119 상황요원의 안내에 따라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