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한국 축구 개혁 관련 발언 이후 출범한 K-축구 혁신위원회(혁신위)가 국제축구계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초래하고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대한축구협회장 선출 절차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는 반면, 프로축구성장위원회(성장위)는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채 회의수당으로 약 2000만원을 지급했다는 지적이다. 유소년 대표팀 선수 32명을 배출한 육성사업마저 예산 삭감으로 중단되면서 축구계 개혁의 실효성과 정책 우선순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을)은 21일 대한체육회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의 출범 과정과 국제축구계의 경고, 관련 위원회 운영 실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김 의원은 혁신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국제 스포츠계의 독립성 원칙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혁신위는 지난 6월28일 이 대통령이 한국 축구의 월드컵 성적 부진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지 8일 만인 7월6일 출범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위원회가 급하게 꾸려진 배경을 문제 삼으며, 축구계 개혁을 주도할 전문성과 정당성이 충분히 검토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FC 운영 문제도 거론했다. 김 의원은 당시 성남FC가 2부리그로 강등된 사실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언급하며, 축구 개혁을 강조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치적 부담을 덜고 축구 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혁신위의 개혁 추진 방식은 국제축구계의 우려로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지난 8월21일 대한축구협회(KFA)에 외부의 부당한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관련 정관 위반 시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월6일 추가 서한을 통해 축구협회 개혁 절차와 관련한 추가 조치나 결정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혁신위 논의에 참여한 상황이 국제축구계가 요구하는 협회 운영의 독립성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수개월간 논의에도 대한축구협회장 선출 절차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며 혁신위의 성과를 비판했다. 그는 “IOC 위원까지 지낸 유승민 회장이라면 국제 스포츠계의 독립성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장관의 개입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을 명분으로 출범한 위원회가 국제축구계의 경고를 초래한 데다 정작 선출 절차 개선이라는 가시적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축구 발전을 위해 별도로 출범한 성장위의 운영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올해 2월 출범한 성장위가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통틀어 두 차례만 열렸으며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동위원장인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조차 자신의 선임 여부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할 기록조차 없는 상황에서 회의수당으로 약 2000만원의 국민 세금이 지급됐지만, 이에 상응하는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유소년 축구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사업은 예산 삭감으로 중단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내 유망주를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나는 슛돌이다’는 연간 약 8억원 규모로 운영됐으나 올해 예산이 삭감됐다. 기획재정부의 연장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업의 최종 합격자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32명은 유소년 대표팀에 발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유소년 대표팀 선발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선수 발굴·육성 성과를 거둔 사업이 예산 삭감으로 중단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축구계 개혁을 위한 위원회에는 자원이 투입됐지만 유망주 육성 사업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적절했느냐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 발굴·육성 사업은 예산 삭감으로 없애버리면서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위원회를 추진해 국제적 망신만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