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이웃의 목숨을 볼모로 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극단적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한복판의 방화 사건과 인천 쇼핑몰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들 모두 자신의 불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말해 충격을 줬다. 개인의 분노를 외부로 돌려 합리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끌려는 욕구가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세상에 알리고 싶어”…사회 겨냥한 ‘삐뚤어진 분노’
22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4분쯤 신명빌딩 3층과 낮 12시1분쯤 한양빌딩 4층에 연달아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로 19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이 방화한 특허 법인 2곳이 허위로 특허 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방화 이유에 대해 “그들(특허 법인 관계자)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복합 상업시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최충락(59)은 양손에 흉기를 묶은 채 건물 1∼3층을 오가며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10명을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심정지 상태로 중환자실에 이송된 19세 여성 등 6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부질환 치료를 받은 병원에 불만이 있었는데 병원 측 신고로 경찰 수사도 받게 됐다”며 “(불만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어 뉴스거리를 만들려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한 그는 ‘관심을 끌려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불만을 사회로 표출한 이번 사건들은 2008년 2월10일 발생한 숭례문 방화 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 69세였던 채종기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 보유한 토지의 보상 문제에 불만을 품고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
해당 범행으로 국보 1호 숭례문은 2층 문루의 90%, 1층 문루의 10%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고 복원에만 세금 225억원이 투입됐다. 범행 이후 채씨가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지 않았냐.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고 한 발언은 지금까지도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 내 억울함 알아달라…관심 끌려는 욕구가 범행으로
전문가들은 사적 불만과 분노를 사회적 책임으로 돌리고 이를 알리려는 심리가 극단적 범죄로 발현됐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실패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고통을 피하고자 타인이나 사회 탓으로 돌리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범죄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어떻게든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욕구가 커지면서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 세게르스테트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불만과 억울함을 품고 단독으로 난동을 일으키는 범죄자들은 특정 메시지나 범행 동기가 된 불만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과시적 성향이 드러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해서 누구나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곽 교수는 “피해의식이 강하거나 심리적 고통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은 법적 처벌이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의식보다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는 욕구가 앞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