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과 KIA는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영호남을 대표하는 라이벌이다. 특히 두 팀의 대결은 라이온즈와 타이거즈가 맞붙어 ‘맹수대전’으로 용맹스럽게 불리기도 하지만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만남이라 해서 ‘달빛시리즈’라는 낭만적인 별칭으로 붙기도 한다.
어떻게 불리건 간에 두 팀이 이번 가을 다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정규시즌 2위 삼성과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3연승을 거두고 올라온 KIA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격돌한다. 두 팀의 PO 1차전은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오랜 라이벌답게 삼성과 KIA는 다섯 차례 가을야구에서 맞붙었다. 4번은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은 PO에서 겨뤘다. 포스트시즌 상대전적에선 KIA가 4승1패로 우위다. 한국시리즈 12전 전승의 무패 신화를 이어온 KIA는 1986년(4승1패), 1987년(4승), 1993년(4승1무2패), 2024년(4승1패)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모조리 꺾었다. 하지만 삼성이 가을야구에서 유일하게 KIA를 꺾었던 것은 PO 무대였다. 삼성은 1990년 PO에서 타이거즈를 3전 전승으로 물리쳤다. 두 팀의 PO 격돌은 36년 만이다.
정규시즌 성적과 체력 등에서는 삼성이 유리해 보이지만 최근 KIA의 기세가 무섭다. 그래서인지 삼성이 KIA보다 조금은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단 올해 시즌 상대전적에서는 KIA가 9승7패로 앞섰고 기선제압이 중요한 1, 2차전이 열리는 대구에서도 KIA가 올해 4승3패로 우세했다. 실전 감각도 정규리그 후 13일 만에 나서는 삼성보다 시즌 막판부터 준PO 직행을 위해 내일이 없는 단기전을 치러 온 KIA가 우세하다. 더군다나 KIA가 준PO마저 3경기 만에 끝내고 나흘이라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도 삼성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도 대신 삼성 투수진의 어깨는 KIA보다 훨씬 싱싱하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삼성 마운드에 유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일단 선발 투수 싸움부터 팽팽하다. 삼성 아리엘 후라도, 크리스 페덱, 원태인, 최원준, KIA 제임스 네일, 애덤 올러, 시라카와 케이쇼, 양현종 등 두 팀 모두 안정적인 4선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을 누가 잘 공략하는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센스 넘치는 테이블 세터(김지찬·김성윤 vs 박정우·박재현), 공포의 클린업트리오(구자욱·르윈 디아즈·최형우 vs 김도영·해럴드 카스트로·나성범)를 갖춘 두 팀의 방망이 싸움이 PO를 화끈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격왕 삼성 구자욱과 홈런왕 KIA 김도영이 주목받는다. 올해 0.371이라는 높은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구자욱은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최근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며 건재를 과시해 활약이 기대된다. 구자욱은 KIA 상대로도 0.340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45개 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KIA의 ‘슈퍼스타’ 김도영은 준PO에서 만루홈런 포함 3개의 아치를 그릴 만큼 승부사이자 해결사 기질을 제대로 보여줬다. 더군다나 김도영은 올해 삼성을 상대로 타율 0.306과 함께 홈런 9방을 터뜨려 삼성에서도 경계대상 1호다.
KIA 타선은 김도영 외에도 카스트로(타율 0.381), 나성범(0.356), 김선빈(0.349) 등 주축 타자는 물론 박재현도 홈런 4개에 타율 0.338로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잘 쳤다. 안방마님 김태군도 타율 0.310에 타점 12개를 수확하며 삼성만 만나면 맹타를 휘둘렀다. 더군다나 삼성은 올해 KIA 상대 선발승이 단 2승에 불과해 선발 투수들이 정규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그렇다고 삼성 타선이 KIA에 약한 것도 아니었다. 구자욱뿐 아니라 류지혁(0.380), 김지찬(0.360)이 맹타를 휘둘렀고, 이재현과 강민호는 홈런 3개씩을 쏘아 올렸다. 다만 PO 1, 2차전 선발로 사실상 내정된 네일, 올러가 삼성 상대로 2승씩 거두며 강했다는 점은 걸린다.
삼성 최형우의 활약도 이번 맞대결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지난해까지 KIA에서 뛰었던 최형우는 2년 전 삼성과 한국시리즈 당시에도 타이거즈의 주축 타자로 활약했다. 이번에 유니폼을 갈아입고 KIA를 상대로 해결사로 나설지 눈길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