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북한의 잇단 강경 메시지에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북측 동향을 주시하며 신중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북한의 위협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상황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위협에 우발적 충돌을 우려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말을 얹어놨다고 해서 청와대가 ‘팃 포 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방식)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잇단 위협에도 청와대가 직접 맞대응에 나서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전 국경선의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갈 것이라며 대남 확성기도 수일 안에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에는 이달 중 대남 확성기를 가동 상태에 놓겠다고 예고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북한의 잇단 강경 메시지에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이후 한국군의 대응을 부담스러워하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의 대응 수위를 떠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장 담화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관계 부처를 통해 나왔다. 국방부는 북한이 대남 방송을 시작하면 ‘비례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서야 하고, 이러한 것들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불과 1년여 전 우리는 서로를 향해 확성기를 틀며 남북 주민 모두가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전날 확성기의 ‘가동 상태’를 예고했다가 이날 ‘대기 상태’로 표현을 바꾼 것을 두고 실제 방송 재개 여부가 남측의 태도에 달렸음을 시사하려는 의도로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기로 했다. 서한에는 이번 사건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며,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다. 외교부는 “우리 군의 정당한 작전활동을 도발로 규정하며 역내 긴장 고조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려는 데 대해서도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대북 정책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장동혁 대표는 “북한이 숨겨놓은 최후 방어 무기는 바로 이 대통령”이라며 “자주국방이 아니라 자멸 국방”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대통령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은 라디오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재가동 예고에 대해서는 “최악의 수”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