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이잉∼ 쾅!” “어우!”
22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 대구주행시험장. 시속 40㎞로 달리던 이륜차(오토바이)가 승용차 측면을 그대로 들이받자 관람석 곳곳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도로 위로 파편이 어지럽게 튀었고, 오토바이에 얹혀 있던 마네킹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며 신체 일부가 분리됐다. 비교적 낮은 속도임에도 이륜차 사고의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가 개최한 ‘K-CRASH 2026’ 현장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충돌 시연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이번 행사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이륜차·개인형 이동장치(PM) 증가로 변화하는 교통사고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차·기아가 선보인 ADAS 신기술 시연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형 아반떼 등에 탑재된 전자식 변속레버의 ‘P단 긴급제동’은 브레이크 조작이 어려운 비상 상황에서도 차량을 멈출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 아반떼 운전자가 주행 중 변속레버의 P 버튼을 길게 누르자 가속이 제한되면서 네 바퀴에 즉시 제동력이 가해졌고, 속도가 시속 1㎞ 미만으로 떨어진 뒤 차량이 완전히 멈췄다.
유럽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SIS) 관련 법규에 대응하는 상용차 안전 시스템 관련 시연도 이어졌다. 주행 중인 현대차 대형 트럭 앞에 보행자 모형이 나타나자,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임에도 차량 센서가 장애물을 즉각 감지하고 스스로 정지하며 대형 사고 위험을 차단했다. 정지한 대형 트럭의 전방과 측면으로 자전거가 지나가자 사이드미러에 경고등이 켜지며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했다.
오후에는 과도한 운전대 조작으로 전방충돌방지장치(FCA)가 작동하지 않는 조건에서 차대차 충돌 사고가 재현됐다. 주최 측은 충돌 직후 차량 내부에 장착된 사고기록장치(EDR)에서 속도, 브레이크 조작 여부 등의 운행 데이터를 현장에서 직접 추출해 공개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 과정을 보여줬다.
김정윤 학회 사고조사 및 재현 부문회장은 “올해 K-CRASH는 이륜차 충돌 재현과 자율주행·ADAS 안전기술, 사고기록장치 데이터 분석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했다”며 “실제 사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안전한 모빌리티 기술과 제도로 이어지는 전문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 기술 전시회인 ‘2026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6)’과 연계해 23일까지 열린다. 이튿날에는 대구 엑스코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메르세데스-벤츠, KG모빌리티 등이 참여하는 자율주행 안전 포럼과 EDR 포렌식 전문교육이 진행된다. 학회는 이번 현장 실증 성과를 11월 광주에서 열리는 설립 20주년 추계학술대회로 이어가 사고 조사 제도 개선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