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기금이 투입되는 정부 해외 스포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야구 지도자 선발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지원자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발 결과의 공정성을 둘러싼 신고가 잇따르면서 스포츠윤리센터(이사장 직무대행 한민수)가 조사에 착수했고,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는 최종합격자들의 현지 파견을 보류했다. 심사위원별 평가 편차에 더해 외부 심사위원 구성과 과거 파견 이력 검증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선발 절차 전반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6년 스포츠동반자프로그램 야구 파견 지도자 면접심사 결과표’ 등 내부자료에는 지난 5월12일 진행된 베트남·라오스 파견 지도자 면접의 심사위원별 채점 결과와 최종 선발 내역이 담겼다.
라오스 파견 분야에는 4명이 지원해 조모씨와 강모씨가 최종 선발됐다. 조씨는 심사위원별 점수 평균 89.25점을 기록했고, C·D 위원에게 각각 96점을 받았다. 반면 탈락한 김모씨의 평균 점수는 62.25점에 그쳤으며, C 위원에게 받은 점수는 34점이었다. 동일한 C 위원이 조씨에게는 96점, 김씨에게는 34점을 부여해 두 지원자 사이에 62점의 차이를 뒀다.
베트남 파견 분야에서는 최종 선발된 김모씨가 평균 82.2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지원자 중에는 심사위원에게 21점이나 45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동일 지원자에 대한 심사위원 간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최대 59점으로 나타났다.
이번 면접은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이 4개 항목을 각각 25점 만점으로 평가해 총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점수 편차만으로 심사 부실이나 불공정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원자별 평가에 일관된 기준이 적용됐는지, 심사위원들이 각 점수를 부여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개모집 전환 불렀던 현지 갈등…과거 이력 검증은 했나
야구 분야는 그동안 베트남·라오스 현지 연맹이 요청한 지도자를 파견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베트남 파견 지도자의 중도 사임과 라오스 현지 연맹의 교체 요구 등이 이어지면서 두 국가 모두 공개모집을 통해 후임 지도자를 선발했다.
라오스 야구소프트볼협회(LBSF)는 공식 공문에서 기존 파견 지도자의 훈련 태만과 소통 부재, 현지 인프라와의 괴리 등을 지적하며 교체를 요구했다. 투명한 공개모집과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회장 양해영) 등에 접수된 민원 및 이의제기 문건에는 이번 베트남 파견 최종 합격자인 김모씨가 과거 라오스 파견 당시 동료 파견자 및 현지 관계자와 갈등을 빚었고, 현지 연맹과의 마찰 등으로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당시 갈등의 구체적인 경위와 임기 중도 종료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핵심 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채용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포츠동반자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예산인 국민체육진흥기금이 투입되는 정부 해외 스포츠 ODA 사업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며, 대한체육회는 국내 지도자 선발과 해외 파견 등 실무 운영을 맡고 있다. 국내 지도자를 해외에 파견해 현지 스포츠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 사업 취지다.
공개모집은 기존 선발 방식의 문제를 보완하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현지 연맹이 후보자 검증까지 요청한 상황에서 모집 절차뿐 아니라 지원자의 과거 파견 이력과 현지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검토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신고 4건 중 3건 조사…대한체육회, 파견 보류 이후 조치는?
대한체육회는 의원실 답변서에서 지난 5월22일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와의 이해관계 등에 관한 민원을 접수한 뒤 협회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도 6월9일 협회에 신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제출한 조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야구 지도자 선발과 관련해 총 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1건은 취하됐고 나머지 3건은 조사 중이다. 조사 중인 사건에는 다른 신고와 병합된 건도 포함됐다. 대한체육회는 최종합격자들의 현지 파견을 보류한 상태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발 절차의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절차상 문제가 확인되면 파견 중단과 재선발, 이미 교부한 사업비 정산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심사위원별 채점 결과와 지원자 간 점수 편차를 사후에 별도로 검증하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조금 교부 사업의 주체가 맞지만 채용은 회원 종목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채용 심사위원 점수 등에 사후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채용의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문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된 회원 종목단체는 고용노동부의 채용 가이드라인을 준용해야 한다”며 “이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채용 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외부위원 숫자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분명히 야구협회 채용 과정에서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확인했다”며 “다른 종목단체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와 협조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측은 해당 논란과 관련해 외부 인사의 부당한 개입이나 특정 지원자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KBSA는 “스포츠윤리센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며 “대한체육회 자체 감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심사위원별 점수 편차가 발생한 이유와 외부위원 구성, 과거 파견 이력 검증에 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재원 의원은 “스포츠동반자프로그램은 국민체육진흥기금이 투입되는 정부 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파견 지도자는 대한민국 체육을 대표하는 만큼 선발 과정에서 무엇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별 평가에 상당한 편차가 나타난 만큼 평가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며 “현지 연맹이 공식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청했던 상황에서 과거 파견 이력이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검토됐는지도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한체육회의 관리·감독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는 회원 종목단체의 채용 자율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보조금 사업의 주관기관으로서 선발 절차의 적정성을 확인할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한체육회 스스로 심사위원 구성상 미비점을 확인한 만큼 다른 종목단체에서도 유사 사례가 없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윤리센터의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와 함께 문제가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후보자 검증과 심사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