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KIA의 5년차 내야수 김도영은 단순히 ‘슈퍼스타’를 넘어 KIA 팬들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 팬들의 옷차림을 결정할 정도의 힘이다. 지난 17일 광주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회 결승 솔로포, 8회 쐐기 투런포 포함 4타점의 ‘원맨쇼’로 팀 승리를 이끈 뒤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응원 대단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드레스 코드를 맞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팬들의 드레스 코드를 KIA의 상징 색깔인 빨간색으로 맞춰달라는 얘기였다.
드레스코드 빨간색은 김도영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KIA 구단이 자체적으로 구단 SNS 계정을 통해 드레스코드를 빨간색으로 하자며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김도영은 구단의 방침을 거들었는데, 김도영의 발언 이후 KIA 팬들의 움직음은 거대해졌다.
사흘 뒤인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의 홈구장이지만, 3루측 KIA 응원석은 온통 빨간색이었다. KIA의 빨간색 저지를 입은 팬들이 대다수였고, 저지를 입지 않은 팬들도 빨간색 계열 옷을 입었다. 슈퍼스타의 말 한 마디가 내뿜는 힘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팬들의 드레스 코드 호응에 김도영을 만루포로 화답했다. KIA가 3-0으로 앞선 2회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존 케네디(호주)의 가운데 몰린 직구를 받아쳤다. 제대로 맞은 이 타구는 시속 179.3km로 무려 145.8m를 날아간 잠실구장 좌중간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대형 홈런이 됐다. 이 홈런 하나로 사실상 준플레이오프 승부는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때려낸 안타 3개가 모두 홈런, 그것도 경기를 지배한 홈런이었다. 준플레이오프 MVP는 당연히 김도영의 차지였다.
김도영이 건강하게 뛴 시즌엔 KIA 전체가 들썩인다. 김도영이 38홈런-40도루로 전국구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2024시즌, KIA는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햄스트링 부상만 세 차례 당하며 30경기를 뛰는 데 그쳤던 지난 시즌엔 8위로 추락했다.
다시 건강을 되찾은 2026시즌, 김도영은 도루를 자제하는 대신 장타 생산에 집중했고 45홈런을 터뜨리며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고,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덕분에 지난겨울 박찬호, 최형우 등 주축 선수들을 FA 시장에서 잃어버리며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KIA는 당당히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고, 준플레이오프를 빠르게 뚫어내며 한국시리즈 진출 직전까지 와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5년 전 KIA는 1차 지명을 놓고 큰 고민에 빠졌다. 광주엔 투타에 걸쳐 역대급 재능 둘이 동시에 고교 3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진흥고 투수 문동주는 150km 후반의 광속구를 던지는 미래의 에이스감이었고, 동성고 유격수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릴 정도로 타고난 센스와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당초 문동주 지명에 기울어있었던 KIA는 치열한 논의 끝에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야수가 낫다는 판단에 김도영을 지명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불과 5년 만에 100%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
이제 관심은 25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로 쏠린다. 대구 원정에서 치러지는 1,2차전에서도 1루측 KIA 원정석은 다시 한 번 빨갛게 물들게 분명하다. 마침 삼성의 상징색은 파란색이기에 더욱 대비될 게 분명하다. 영호남의 대표하는 명문팀 간의 플레이오프, ‘맹수 더비’, ‘달빛 더비’라 불리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김도영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분명한 건, 김도영의 홈런포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져나온다면 KIA의 승산은 더욱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