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 년 전 중국 수나라 때 필사한 불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완전한 사본이 극히 드문 돈황 불교 사경 5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3일부터 상설전시관 3층 중앙아시아실에서 ‘천년의 봉인을 열다 – 돈황 불교 사경 소장품 특별공개(포스터)’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박물관 소장 사경 4권과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사경 1권을 선보인다.
돈황은 중국 간쑤성에 위치한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불교 석굴사원인 막고굴이 조성된 곳이다. 1900년 발견된 막고굴 제17굴 ‘장경동’에서는 11세기부터 봉인돼 있던 불교 경전과 고문서 등 6만여 점의 문화유산이 발견됐다. 인쇄술이 보편화되기 이전의 문헌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고대 불교문화와 당시 사회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은 수나라 때인 593년 필사된 ‘대지도론’ 권12다. 불교 신자 이사현이 경전을 필사하도록 발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다. 글씨는 예서의 흔적이 남은 초기 해서체로, 부드러운 필획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특징이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과학적 조사에서는 당시의 뛰어난 제지 기술도 확인됐다. 종이 두께는 0.1㎜로 얇고 균일하며, 마와 나무껍질 섬유를 섞고 황벽 등으로 염색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 문제가 불교를 통한 국가 통합을 추진하며 사경을 장려했던 시대적 배경도 담겨 있다.
8∼9세기에 제작된 ‘능엄경’ 권5는 세계적으로 완전한 사본을 소장한 기관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중국국가도서관, 영국도서관 세 곳뿐인 희귀본이다. 길이 578.5㎝의 두루마리에 5470자가 온전히 남아 있으며, 필사한 뒤 24자의 오류를 바로잡은 흔적도 확인된다.
같은 시기 필사된 ‘대반야경’ 권136 역시 완전본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영국도서관에만 남아 있다. 9∼10세기 사경으로 추정되는 ‘불명경’ 권7은 현재 세 조각으로 전하지만, 원래는 길이 약 13m의 두루마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경 4권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이왕가박물관이 구입한 자료다. 이번에 함께 공개되는 서울대 규장각 소장 ‘대반야경’ 권50은 고 이상백 교수가 기증한 것으로, 7∼8세기 당나라 때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장에는 중국 둔황아카데미의 협조로 막고굴 제17굴의 안팎을 실제 크기에 가깝게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서울대 규장각 소장 ‘대반야경’ 권50의 진품은 11월22일까지 한 달간 공개되며, 이후에는 복제품으로 대체된다. 전시는 내년 1월24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