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정감사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해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극우 세력들이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겠다며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그 때마다 국민적 저항과 반발을 샀다.
이번의 발단은 2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정감사에서 비롯됐다. 국회 행안위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광주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5·18 유공자라면 누가 왜 인정을 받았는지 국민이 알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게 유공자 명단 공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주 의원은 2019년 국회 공청회 이후에도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5·18 관련 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이 명단 공개를 2차 가해로 보는 근거를 따졌다.
주 의원은 “명단 공개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 2차 가해라면 보상금을 지급할 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독립유공자는 공적을 기리기 위해 명단을 공개하면서 5·18 유공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5·18유공자 심사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5·18 유공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부 유튜버 등이 제기하는 의혹으로 정당한 유공자들까지 폄훼당할 수 있다”며 “일반 국가유공자는 국가보훈부의 공적 심사를 거치는 반면 5·18 유공자는 광주시에 심사 업무가 위임돼 있고 인우보증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5·18 유공자 명단은 공공기관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다. 4·19 유공자,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등도 마찬가지다.법원 역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며 비공개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5·18 유공자가 각종 특혜를 누린다는 온라인 게시물 내용도 모두 허위라고 옛 보훈처는 밝혔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도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5·18 계엄군 73명은 2019년 기준 5·18 유공자보다 1인당 평균 5배 이상 보상금(164억2300여만원)을 많이 받았다.
주 의원은 전남광주 서구 5·18기념공원에 유공자 4296명의 명단이 20년 넘게 공개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민 시장은 추모 공간에 이름을 새기는 것과 개인별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 시장은 “당연히 (명단 공개에 반대하는) 후자의 입장”이라며 “개인이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연루됐는지 알려지면 당시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답했다.
민 시장은 그러면서 “어떤 경우는 공개해도 문제가 없지만 어떤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2차 가해 요소가 있을 수도 있어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폄훼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염려된다.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 여부를 묻는 질의가 나오자 5·18 단체들이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22일 규탄 성명을 내고 “국회 행안위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5·18 유공자를 모욕한 국정감사 추태에 즉각 사과하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주 의원을 향해 “입법부의 중진 의원임에도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불가와 관련한) 명백한 법적 근거와 대법원 판례, 정부의 공식 발표를 모를 리 없음에도 억지 추궁을 이어갔다”며 “5·18을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황당하고 다분히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강력 규탄했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는 일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가짜 유공자 의혹을 주장하면서 관련 논란이 확산됐다.
5·18민주유공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12월 유공자 명단과 공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국가보훈처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으며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5·18 유공자 명단 비공개가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예외적 조치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독립유공자 명단은 공훈록 등을 통해 공개되는 예외에 해당하는 반면 다른 보훈 대상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