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서모(25)씨는 요즘 상어 ‘부캉이’를 보는 낙에 산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없던 그의 휴대전화 속 알고리즘은 온통 ‘부캉이’로 채워졌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마음에 부캉이를 찾아봤지만 요즘은 부산을 홍보해 주는 부캉이에게 고맙기까지 하다. 서씨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부산을 홍보해 주는 부캉이가 너무 기특하고 예쁘다”고 했다. 그는 부캉이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단체대화방도 운영하고 있다.
당국의 유도작업 끝에 수로 밖으로 나갔던 상어 ‘부캉이’가 22일 하루 만에 부산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의 차단막 안쪽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도심 수로에 상어가 나타난 이례적인 일로 주목받았지만, 시민들은 이내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마치 연예인을 본 듯 ‘부캉이’ 목격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판다 ‘푸바오’, 늑대 ‘늑구’에 이어 상어까지 ‘덕질(팬 활동)’의 대상이 된 것이다.
◆“부캉이가 너무 기특하고 예쁘다”…‘부캉이’ 보러 북항으로
최근 북항친수공원은 ‘부캉이’ 팬들로 북적이고 있다. 부산 시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도 몰려들었다. 부산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총 167만8800명에 달했다. 부캉이가 등장하기 전 북항친수공원의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이 약 2000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부캉이’를 보기 위해 북항친수공원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부캉이의 목격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부캉이 지금 있나’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치솟는 인기에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 ‘푸바오’에 울고 ‘늑구’에 웃는다…동물 덕질이 주는 위안
특정 동물이 연예인처럼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초 자연번식 판다 ‘푸바오’는 성장 과정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강철원 사육사와 교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푸바오를 직접 보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아 긴 대기시간까지 감수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푸바오가 일반에 공개된 2021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은 방문객은 약 550만명에 달했다. 푸바오 관련 굿즈도 약 270만개 판매됐다.
푸바오가 할아버지의 장화를 끌어안은 사진을 보고 ‘입덕(팬이 됨)’했다는 정모(27)씨는 “그때 매일매일 에버랜드 공식채널 영상은 물론, 푸바오 팬 유튜브 채널 영상도 모두 섭렵했다”며 “푸바오가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부터는 정말 내가 키웠던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것처럼 가슴이 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이켜 보면 그때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라 푸바오를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4월20일 오월드 공식 SNS에 게시된 ‘늑구’의 식사 영상 하나가 조회수 약 169만회에 달할 정도다. 댓글에는 “늑구야 건강하게 돌아와 줘서 고맙구나!”, “늑구야 맛있게 먹어” 등 애정 섞인 반응이 잇따랐다.
사람들은 어쩌다 동물에게 ‘팬심’을 느끼게 됐을까.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반려동물 사회가 되면서 반려동물에 갖던 친근감이 야생동물에게까지도 전이가 된 것 같다”며 “특히나 이름이 생기면 마치 사람처럼 일종의 동질감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동물은 나를 조건없이 바라보는 무해함과 순수함이 있다”면서 “각박한 인생살이 속에서 ‘나’만을 생각해 주는 상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동물에게서 안정감과 힐링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