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시민,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에 직면한 프랑스 정부가 추가 폭력 사태 방지를 명분으로 주요 도시에서 전면·부분 시위 금지령을 내렸다. 24일(현지시간) 예정된 대규모 시위도 상당부분 제한한다는 방침을 내린 가운데 학생단체 등은 집회 강행을 예고하고 있어 오히려 정부와 시위대 간 갈등이 확대되고,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정보기관 수뇌부와 안보 회의를 열고 “앞으로 며칠간 시위가 없어야 한다는 게 총체적 권고”라며 집회 제한을 발표했다. 그는 “평온을 되찾는 게 우선순위”라며 “시위를 계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노조라면 지역행정관이 대체 경로를 제시할 것이며 노조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모두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 예정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도 노조 행사를 제외하고 전면 금지한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 외에 파리와 리옹, 릴, 그레노블, 툴롱, 루앙 등 각 지역 경찰 등이 자체적으로 집회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파리 경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상·하원 의사당 등 주요 국가기관 시설과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바스티유 광장, 레퓌블리크 광장, 레알 등지에서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경찰 소식통은 파리 시위 금지령은 “주최 측이 폭력과 기물파손 행위를 막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제2 도시인 리옹도 “현 상황을 볼 때 심각한 공공질서 위반이 우려된다‘며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이 계획한 행진을 금지했다. 파리와 리옹 등지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밤 연속 부분 야간 통금이 시행됐다. 파리에 이은 프랑스 3대 도시인 마르세유와 리옹은 오는 24일 모든 시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집회 금지에 시민단체 등이 더 강하게 반발하고 강행 의지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시위 금지령이 내려진 이날 낮 파리에서 수천명이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였다고 AP 통신과 프랑스24는 전했다. 청년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위대는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파리 남동부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며 구호를 외쳤다. 한 현수막에는 ”최루 가스가 없어도 우리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고 적혔다.
24일 예정된 대규모 시위에도 참가 예고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학생 단체들은 24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으며 이에 동참해 온 ’노란 조끼‘ 운동 측도 이날 파리에서 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파리 경찰의 시위 금지령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 결정의 상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수뇌부가 이번 시위를 ’극좌의 음모‘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지난 토요일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의 극좌 집단에 의한 정치적이고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가 있었다”며 지난 17일 폭력 사태의 배후로 극좌 세력을 지목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전국 시위에 대응하는 ‘다음 단계 조처들’을 결정하기 위해 핵심 부처 장관들과의 안보 회의를 23일 소집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에 따라 24일 노조 행사를 제외한 시위가 벌어질 경우 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장디디에 베르제 내무부 차관이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지난주보다 20% 많은 수준으로 (보안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시위에는 경찰과 헌병대 등 약 6만명이 동원됐다. 마크롱 행정부의 집회 제한과 강경 대응 방침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위할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되며 당국의 시위 금지령은 이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AP, AFP 통신은 전했다. 시위 참여자들도 당국의 시위 금지령을 비판했다. 노동운동가 가엘 키랑테는 “시위할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억압과 잔혹성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학생 마티 아베르상크는 “우리는 계속 시위하고 조직하며 시위할 우리의 권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