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연예인의 대만 문화교류는 양안 민중이 즐겨 보고 기대하는 민간 왕래다.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당국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만 주민, 특히 대만 청년들의 바람을 무시했다.”(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그는 여러 차례 게시글을 통해 대만의 지위를 폄훼했고, 이번 방문 목적도 불분명해 신청을 불허했다.”(대만 대륙위원회)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 속에 중화권 연예인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만 연예인의 정체성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인기 배우 장링허의 대만 팬미팅 계획이 무산되면서 중국과 대만 당국이 정면으로 설전을 벌였다.
◆장링허 팬미팅 무산…“문화교류” vs “통일전선”
21일 대만 매체 ET투데이 등에 따르면 장링허 측은 지난 8월 말 대만 당국에 입국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하순 타이베이에서 팬미팅을 열기 위해서였다.
장링허는 지난 3월 아이치이, 텐센트,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 사극 로맨스 드라마 ‘축옥’(逐玉)으로 중국은 물론 대만과 한국 등에서도 인기를 끈 인기 배우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대만 국민당 정리원 주석이 장링허의 대만 방문을 언급하면서, 대만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장링허의 대만 방문 신청은 최종적으로 거부됐다. 21일 오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한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며 “민진당 정부의 거부는 양안 문화교류를 훼손할 뿐 아니라 대다수 대만 민중의 바람에도 역행한다”며 “민진당 정부가 정치적 조작을 버리고 불합리한 제한을 철회해 양안 문화교류에 편의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 시나웨이보에서는 장링허 관련 주제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그의 대만 방문이 무산된 것을 아쉬워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대만의 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곧바로 반박했다. 량원제 대륙위원회 부주임 겸 대변인은 장링허가 “대만의 지위를 폄훼하는 게시물을 반복해서 올렸고, 통일전선 플랫폼으로 규정되는 해협포럼에서 연설했으며, 이번 방문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의 대만 주권 훼손 캠페인에 가담하지 않은 중국 연예인의 방문은 모두 환영한다”고 밝혔다.
장링허는 지난 6월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양안 교류 행사 ‘해협포럼’에 참석해 “해협의 거리는 양안 동포가 왕래하고 가까워지는 발걸음을 막지 못하며, 문화의 힘은 언제나 산과 바다를 넘어 양안 동포의 마음을 잇는다”고 연설한 바 있다. 당시 대륙위원회는 “단순한 연예인이었던 그가 중국 정부에 의해 조종·이용되며 정치적 색채를 띠게 됐다”고 비판했는데, 이 이력이 이번 방문 불허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격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여론도 갈렸다. 중국과 일부 팬덤에서는 “문화교류를 정치적으로 막았다”는 불만이 나왔고, 대만 내에서는 “통일전선 성격의 활동은 걸러야 한다”며 대륙위원회 결정을 지지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주걸륜·우치룽…대만 연예인도 정체성 논란
양안 갈등에 연예인이 휘말리는 사례는 자주 발생한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거나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한쪽에서는 환영받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식이다.
중국 본토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높은 대만의 국민가수 주걸륜도 최근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 7일 상하이 롤렉스 마스터스 테니스 대회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다. 당시 진행자는 영어로 그를 “유명한 중국 가수 주걸륜”이라고 소개했고, 주걸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주걸륜이 해당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좋아요’까지 누르면서 대만 일부 네티즌과 민진당 지지층은 “대만 가수라고 정정하라”며 반발했다.
이를 두고 대만사무판공실은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며 “대만 예술인이 자신을 중국 가수로 인정하는 것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진솔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지지했다.
이달 초에는 대만 출신 배우 겸 가수 우치룽이 중국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오성홍기를 들고 축하 영상을 올린 뒤 논란이 일었다. 그는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온라인 반응에 “돈을 벌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이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맞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반대 사례도 있다. 대만 방송인 차이캉융은 민진당 타이베이 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가 중국에서 역풍을 맞았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를 ‘분리주의자’라고 비판하는 글이 확산됐고, 중국 전기차 업체가 그와 관련된 홍보물을 삭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이런 양안 갈등의 민감성 때문에 연예인 이슈는 종종 대만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 사례가 K팝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 사건이다.
쯔위는 2015년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든 장면이 중국에서 공격받자 2016년 1월 “중국인임이 자랑스럽고 하나의 중국만 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 사과 영상은 오히려 대만 여론의 중국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이었던 독립 성향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압승하며 국민당 정권이 교체됐다. 쯔위 사건이 정권 교체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1∼2%포인트가량 추가 득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차이잉원은 당시 당선 소감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누구도 대만의 정체성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