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핵심 프로그래밍 언어인 PHP의 보안 취약점이 AI 분석을 통해 공개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PHP 보안 관련 취약점 패치 발표 4일 이전부터 이미 취약점을 악용한 해킹 시도가 있었으며, 패치 이후에도 해킹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발표가 정보기술(IT) 기업들로부터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국 주요 은행들에서는 고객 계좌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사례가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아마존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인 CJ 모지스 보안공학 담당 부사장(VP)은 22일(현지시간) 자사 보안 블로그를 통해 취약점 패치 발표를 4일 앞뒀던 지난 17일 해당 취약점을 악용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모지스 부사장은 취약점 공개 당일에도 발표를 수시간 앞두고 여러 공격자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협 시도를 추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모지스 부사장은 취약점이 공개되고 패치가 나온 이후에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추가 공격 코드가 생성돼 사용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격들에 대한 기술적 분석은 현재 진행 중이며 이들이 실제 침투에 성공했는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취약점 공개 전에 관련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클라우드 서비스·보안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의 매슈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엑스(X)에 “공식 발표 전 10시간 동안 네트워크 전반에서 수천건의 공격 시도가 관측됐다”며 “발표 45분 만에 수만건, 2시간 만에 수십만건, 이제는 수백만 건으로 늘었다”고 현황을 전했다. 벨기에 사이버 보안기업 아이키도 시큐리티의 메들린 로런스 공동창업자도 패치가 준비되기 전에 취약점 세부 내용이 공개됐고, 이후 공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은행, 항공사, 철도, 국세청, 정부 공공 서비스 등 웹사이트는 PHP 취약점을 노린 공격을 우려해 예방 차원에서 대거 중단되거나 격리 조치된 상태다. 일본에서는 노무라 증권과 전일본공수(ANA) 항공, 동일본여객철도 등이 일부 인터넷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고, 재무성·기상청·국세청 등 정부 기관도 예방적 서비스 중단에 나섰다. 프랑스 통신그룹 오랑주는 자회사 전반의 PHP 기반 웹사이트와 앱 접속을 막았고, 핀란드의 국영 정보기술(IT) 서비스 제공사 발토리도 중단된 정부의 공공 웹서비스에 보안 패치를 적용한 뒤 차단을 해제하는 조치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해킹 공격 우려 증가를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는 등 대응 조치를 가동했다.
정상화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독일 디지털산업협회 ‘비트콤’의 펠릭스 쿨렌캄프 보안책임자는 “대규모 업체들은 상당수가 이미 업데이트를 완료했으나, 복잡한 IT 시스템이나 소규모 기관들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화 이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모지스 부사장은 AI 기술의 발달로 취약점 공개부터 실제 공격 도구 개발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단축됐다면서, 보안 패치 적용 주기를 기존의 7∼30일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이 고객 계좌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사례를 잇달아 포착되며 인터넷 보안 관련 우려는 더 확산 중이다. 미국 액시오스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일부 AI 에이전트는 고객의 지시와 무관해 보이는 행동을 하거나, 은행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실제 이용자인 고객이 자신의 접속 정보를 AI 에이전트에게 넘겨 계좌에 접속하게 한 경우지만, 본인이 허락했더라도 고객이 직접 접속하도록 한 대다수 은행의 규정에는 어긋난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들이 사람과 봇(bot)은 물론, 고객이 활동을 승인한 AI 에이전트와 그렇지 않은 경우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 업계는 AI 에이전트 사용에 대한 고객 수요를 고려하면 절충점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당장은 지나치게 허용했을 때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에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디 등 미국 대부분 대형 은행이 AI 에이전트의 플랫폼 접속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약관 개정도 서두르고 있다. 대다수 은행은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실행하지 않고 금융 정보만 볼 수 있는 ‘읽기 전용’ 접근을 허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