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사례가 늘자 SK하이닉스는 결국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취소했다.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며 강한 입장을 표명하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주주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내린 조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4.42% 오른 12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17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솔리다임 상장 취소 공시와 함께 반등한 것이다.
이번 반등 이전에는 SK하이닉스 매도 우위가 3개월 연속 계속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7월 SK하이닉스 ADR을 8억4371만 달러(약 1조1221억원) 순매수했다. 그러나 8월 3274만 달러(약 435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뒤, 9월에는 순매도 규모가 1억8849만 달러(약 2507억원)로 확대됐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도 약 1764만 달러(약 235억원)를 순매도하며 3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이달에도 매도 우위가 이어진 데는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미국 상장의 영향이 컸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다.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용량 eSSD 수요가 증가하면서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 필요성도 커졌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직접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비교 검토해 왔다. IPO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면서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상장 가능성이 알려지자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커졌다. 솔리다임이 별도로 상장하면 외부 투자자에게 자회사 지분 일부가 넘어가 SK하이닉스 주주들이 누릴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SK㈜에서 SK스퀘어, SK하이닉스, 미국 중간법인 AI컴퍼니를 거쳐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배구조도 논란이 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솔리다임 상장 추진이 사실상 ‘5단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며 비판했다.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식에 대한 기업가치 할인 요인이 커지고, 기존 주주들이 기대했던 성장 가치가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전문가·정치권의 지적도 이어지자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을 철회하겠다는 공시를 발표했다. 다만 주주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 B씨는 “이정도로 폭락세가 진정이 될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솔리다임 상장을 안하겠다고 시장을 안정시키다가 나중에 갑자기 상장한다고 결과를 뒤집을 지도 모르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앞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등할테니 지금 매수에 들어가겠다’는 이용자에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다른 이용자는 “사기 치려다 후퇴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녹록지 않은 환경인 만큼 분명한 V(브이)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든 코스피든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