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이날 주인공은 배우도 아이돌도 아닌 유기견들이었다.
‘2026 서울 동물행복페스타’ 핌키 레드카펫 입양제에는 새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 160여 마리가 나섰다. 시민들에게 직접 자신을 알리고 입양·임시보호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이들을 만나고 응원하려는 시민 약 5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런웨이를 앞둔 강아지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차림으로 등장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차려입은 강아지부터 보호자와 함께 영화 ‘토이 스토리’의 우디와 제시로 변신한 강아지까지 있었다. 우비를 입은 강아지들도 눈에 띄었다.
‘마루’의 임시보호자 이현선(35)씨는 “마루가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매력을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길에서 새끼 9마리를 낳은 엄마견 ‘벨라’와 그중 한 마리인 ‘베리’도 새 가족을 기다렸다. 임시보호자 강효리(52)씨는 벨라에게는 자녀를 다 키운 안정적인 가정이, 베리에게는 함께 여행도 다니며 활발하게 지낼 수 있는 가족이 찾아오기를 바랐다.
입양을 결심하고 행사장을 찾은 가족도 있었다. 강호엽(52)씨는 딸이 유기견 보호센터 봉사활동에서 만난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했다. 그는 “가족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온 사랑을 다해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레드카펫 행진이 시작되자 강아지마다 반응이 달랐다. 한 강아지는 카펫 위에 자리를 잡더니 내려오지 않았다.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강아지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강아지도 있었다. 사람이 많아 겁을 먹은 강아지는 발을 떼지 못하고 보호자 품에 안겨 카펫을 지나갔다.
행사장에서는 유기견들이 두른 스카프 색으로 입양·임시보호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었다. 빨간색 스카프는 입양만 가능한 유기견, 노란색 스카프는 임시보호와 입양이 모두 가능한 유기견을 뜻했다.
시민들은 강아지마다 사연과 나이, 성격 등이 적힌 소개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유기견 입양을 응원하기 위해 연예인들도 레드카펫에 올랐다.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는 “벨라와 굉장히 닮은 ‘반달’이라는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며 “벨라도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룹 위너의 강승윤도 임시보호하던 유기견을 입양해 함께 지내고 있다. 강승윤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반려견이 반겨 주면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보호가 필요한 유기견을 입양해서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입양 매칭 플랫폼 ‘핌키’를 운영하는 핌피바이러스 장신재 대표는 “입양 준비를 마친 유기견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며 “이들이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유기견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길 바랐다. 그는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불쌍해서’라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유기견도 충분히 예쁘고 여느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기견들이 새 가족을 만나기 위해 레드카펫에 오른 모습은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