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패션 상품이 TV홈쇼핑으로 판매 무대를 넓히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은 기존 고객층을 넘어 새로운 구매자를 확보하고, 홈쇼핑 업체는 온라인에서 판매 성과가 확인된 브랜드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 자체 브랜드를 GS샵에 선보인 데 이어 GS샵과 CJ온스타일도 자체 기획 상품과 모바일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온라인과 방송을 연결해 판매 기회를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포랩스가 운영하는 퀸잇은 지난 22일 GS샵 '취향상점' 방송을 통해 자체 패션 브랜드 '아워퀸잇'의 캐시미어 니트 풀오버와 가디건을 선보였다.
김민향 쇼핑호스트가 진행한 방송에서는 캐시미어 100% 소재의 니트 상품을 10만원 초반대 론칭 특별가로 소개했다. 55~88까지 4개 사이즈와 8개 색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방송은 온라인에서 먼저 판매 성과를 확인한 상품을 TV홈쇼핑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워퀸잇 캐시미어 니트·가디건 라인은 2023년 가을부터 퀸잇에서 약 1만8000장이 판매됐다. 구매 고객은 약 1만3000명이며, 4000건가량의 구매 후기에서 평균 평점 4.6점을 기록했다.
퀸잇은 이 같은 판매 데이터와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상품 구성을 정했다. 방송 상품의 사이즈와 색상을 확대하고, 니트 풀오버에는 온라인 전용 색상을 추가해 방송 이후에도 모바일 구매가 이어지도록 했다.
제조업체와의 협력 방식도 달라졌다. 이번 상품을 생산한 아스프로는 2022년부터 퀸잇과 협업해 온 니트 전문 중소기업이다.
TV홈쇼핑은 방송에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해 제조업체의 생산자금과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퀸잇은 기존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량을 조절했다. 상품은 전량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퀸잇은 오는 11월 코트와 울 머플러 등으로 상품군을 넓혀 홈쇼핑 방송을 이어갈 계획이다.
GS샵도 자체 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코어 어센틱'은 지난해 누적 주문액 9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5% 성장하면서 GS샵 전체 브랜드 주문액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라삐아프'는 주문액 773억원, 프리미엄 소재 브랜드 '쏘울'은 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새롭게 개편한 '르네크루'도 하반기 주문액 15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GS샵의 올해 1~5월 패션 자체 브랜드 누적 주문액은 2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다. 코어 어센틱은 같은 기간 500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상품 구성도 넓어지고 있다. GS샵은 올해 2월 일상복 브랜드 '스튜디오 디페'와 고급 소재를 강조한 '쏘내추럴'을 선보였다. 5월에는 자체 언더웨어 브랜드 'UBGS'를 출시했다.
방송 프로그램도 세분화했다. 지난 4월 시작한 프리미엄 패션 전문 방송 '스타일NOW 더김동은'은 첫 방송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주문액 55억원을 넘어섰다.
GS샵이 자체 브랜드의 상품 기획과 방송 편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퀸잇처럼 외부 모바일 플랫폼에서 판매력을 확인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새로운 상품 확보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TV 방송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짧은 영상인 숏폼을 연결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올해 패션 관련 숏폼 콘텐츠를 5000개 이상 제작·확산할 방침이다. 모바일 화면에서 옷의 색감과 디자인, 착용 모습을 확인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6일까지 진행한 봄·여름 패션 쇼케이스에서는 모바일 앱 내 패션 영상 콘텐츠 클릭 비중이 약 70%를 차지했다.
CJ온스타일은 자체 여성 패션 브랜드 '더엣지'를 무신사와 W컨셉 등 외부 패션 플랫폼에 입점시키며 판매 채널도 넓혔다.
퀸잇이 온라인에서 검증한 상품을 TV홈쇼핑으로 가져왔다면, CJ온스타일은 홈쇼핑 기반 브랜드를 외부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한 사례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한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접점을 넓힌다는 점은 같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TV홈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개 TV홈쇼핑 사업자의 전체 거래액은 약 18조5050억원으로 전년보다 5.1% 감소했다. 방송매출액은 2조6180억원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방송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6.7%까지 내려갔다. 2022년 처음 50%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TV 방송에만 의존하던 판매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온라인 플랫폼 입장에서는 TV홈쇼핑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홈쇼핑 업체 역시 모바일에서 판매 이력과 구매 후기가 쌓인 브랜드를 활용하면 상품 기획과 고객 수요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제조업체에도 판매 채널 확대의 기회가 열린다. 온라인에서 확인한 수요를 토대로 방송 물량을 준비하면 무리한 생산에 따른 재고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실제 판매 성과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상품이 TV에서도 같은 반응을 얻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방송 비용과 재고 부담을 관리하면서 두 채널의 고객을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