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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계 40대 여성 외교관, 유엔 총장 후보 ‘급부상’ [이 사람@World]

‘외교 名家’ 출신 라나 누세이베 UAE 국무장관
10년 넘게 유엔 대사 지내… 안보리 의장 역임
아랍어·영어·불어·히브리어 4개 언어 ‘유창’
관행상 이번에는 ‘중남미 순서’라는 점이 변수

팔레스타인계 아랍인이면서도 이스라엘의 히브리어를 척척 구사하는 40대 여성 외교관이 새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모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유엔 주재 대표부 대사로 10년 넘게 근무하며 UAE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시켜 ‘외교 스타’로 불린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급부상한 라나 누세이베 UAE 국무장관. 외교관 명문가 후손으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하고 유엔 주재 UAE 대표부 대사만 10년 넘게 지냈다. 아랍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히브리어(이스라엘 공용어)가 유창하다. AFP연합뉴스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급부상한 라나 누세이베 UAE 국무장관. 외교관 명문가 후손으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하고 유엔 주재 UAE 대표부 대사만 10년 넘게 지냈다. 아랍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히브리어(이스라엘 공용어)가 유창하다. AFP연합뉴스

다만 유엔 사무총장 선출의 오랜 대륙별 안배 관행에 따라 이번에는 중남미·카리브 지역 국가들 중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할 순서라고 여기는 나라들이 많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3일(현지시간) 유럽 뉴스 전문 채널 ‘유로뉴스’에 따르면 오는 2027년 1월1일 임기를 시작할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최근 라나 누세이베(48) UAE 국무장관이 갑작스럽게 출사표를 던졌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유엔 총회 및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누세이베 장관을 공식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 정부의 결심은 그간 치열한 경합을 벌여 온 7명의 기존 후보자들 중 아직 확실한 우위를 점한 인물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앞서 안보리 차원에서 이뤄진 예비 투표에서 코스타리카 부통령을 지낸 레베카 그린스판(70) 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이 1위를 기록하긴 했다. 하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최소 2곳이 그린스판 후보에 반대 입장을 밝혀 선두로서 입지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지닌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5개 상임이사국과 2년 임기로 총회에서 선출되는 10개 비상임이사국을 더해 15개국으로 구성된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안보리가 추천한 후보자를 총회가 승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문제는 상임이사국 중 단 한 나라만 거부권을 행사해도 안보리의 사무총장 후보자 추천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2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당시 UAE 유엔 대표부 대사이던 라나 누세이베 현 UAE 국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누세이베 장관은 UN 대사 시절 UAE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성사시켜 UAE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스타 외교관’으로 부상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3년 2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당시 UAE 유엔 대표부 대사이던 라나 누세이베 현 UAE 국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누세이베 장관은 UN 대사 시절 UAE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성사시켜 UAE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스타 외교관’으로 부상했다. AP연합뉴스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누세이베 장관은 팔레스타인계 아랍인이다. 그의 부친인 자키 누세이베(80) 전 UAE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이 아직 영국 위임통치령이던 1946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UAE 아부다비에 정착한 것은 20대 초반인 1967년의 일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누세이베 장관도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다니며 역사학을 전공했고, 런던 대학교 동양·아프리카 대학원에서 이스라엘 및 유대인 관련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모국어인 아랍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심지어 이스라엘 공용어인 히브리어까지 4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2009년 UAE 외교부에 들어간 그는 본부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2013년 UAE 주(駐)유엔 대사로 임명됐다. 그때부터 2024년까지 유엔에서 근무하며 UAE가 2022∼2023년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보리 의장으로 있는 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교전 중인 가자 지구에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전달될 길을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 사무총장 출사표를 던지며 누세이베 장관은 “나는 직업 외교관 경력의 대부분을 유엔 안팎에서 쌓아 왔다”며 “결연한 외교가 무슨 일을 이룰 수 있는지 직접 체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국가들 간 차이를 넘어 인류를 하나로 모아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유엔은 사무총장 배출에서 대륙별 안배 관행을 지켜 왔다. 이에 따르면 새 사무총장은 중남미·카리브 지역 국가들에서 탄생할 차례다. 실제로 그린스판을 비롯한 기존 7명의 후보 중 5명이 중남미·카리브 출신이다. 일각에선 선거전 막판에 중남미 배경의 유력 정치인 또는 외교관이 새롭게 ‘깜짝’ 후보로 등판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