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위기의 영·미 관계… 버넘, 트럼프에 ‘포클랜드 지지’ 호소

아르헨, 포클랜드 인근 석유 탐사 시추 막아
버넘, 트럼프에 “영·미 모두에 경제적 영향”
美는 ‘포클랜드 英 영유권 지지’ 철회도 검토

한때 ‘특수 관계’로 여겨진 영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가 예전 같지 않고 냉랭한 가운데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포클랜드(말비나스) 영유권과 관련해 영국 입장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하소연을 했다. 남대서양에 떠 있는 섬 포클랜드는 19세기 이래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영토 분쟁 지역으로, 아르헨티나는 영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이 섬을 ‘말비나스’라고 부른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버넘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취임 후 처음 트럼프와 양자 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게티이미지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버넘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취임 후 처음 트럼프와 양자 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게티이미지

23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는 이날 버넘이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도 거론됐다고 다우닝가 10번지는 덧붙였다.

 

앞서 영국과 이스라엘 기업들이 포클랜드 인근 해역에서 석유 탐사를 위한 시추 사업을 개시했다. ‘바다사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를 놓고 영국 정부는 “포클랜드 섬 주민들이 천연자원을 개발할 권리가 있다”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말비나스 섬 영유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 개발 사업 추진은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독일 함부르크 소재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영국 기업의 석유 탐사 시추를 중단시켜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버넘은 트럼프에게 아르헨티나 측의 이 같은 행태가 부당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우닝가 10번지는 “버넘 총리는 아르헨티나의 강압적 조치가 영국 그리고 미국에 미칠 경제적 악영향을 설명했다”며 “또 포클랜드 섬 주민들이 천연자원을 개발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밀레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더불어 세계 정상들 중 트럼프의 최고 절친으로 꼽힌다. SNS 캡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밀레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더불어 세계 정상들 중 트럼프의 최고 절친으로 꼽힌다. SNS 캡처

다만 트럼프가 이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은 19세기 초 포클랜드 영유권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지금까지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1816년 스페인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한 번도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2차대전을 계기로 영국과 강력한 동맹을 맺은 미국은 그간 영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미국이 보인 태도가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 군대가 포클랜드 섬을 점령하면서 발발한 이 전쟁은 10주일가량 이어진 교전에서 아르헨티나군 약 650명, 영국군 약 250명이 전사한 끝에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적극적으로 영국 편을 들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행정부의 기류가 달라졌다. 올해 초 미국·이란 전쟁이 터진 뒤 트럼프는 영국을 겨냥해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 국무부 관료들 사이에 ‘정부가 포클랜드 영유권과 관련해 그간 영국을 지지해 온 대외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며 실제로 트럼프와 절친하다. 두 나라 외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미국과 아르헨티나 수교 이래 이렇게 관계가 좋았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후원에 힘입어 밀레이는 영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해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이란 주장을 한층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