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가 라떼와 떡볶이에 들어가고, 매운 라면은 영화관 팝콘으로 변신했다. 호두과자는 도넛으로, 떡볶이는 젤리로 재탄생했다.
유통업계가 익숙한 제품을 전혀 다른 음식과 결합한 협업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맛과 특징을 살리면서 새로운 식감과 형태를 더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협업이 제품 포장에 다른 브랜드의 로고나 캐릭터를 넣는 방식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실제 메뉴 개발과 조리 방식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알고 있던 맛을 다른 형태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할리스와 농심, 던킨과 할머니학화호도과자, 오뚜기와 롯데시네마 등 식품·외식 브랜드들이 협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할리스는 농심의 스낵 '누룽지팝'을 활용한 음료와 음식 4종을 지난 9월 선보였다.
'누룽지POP 할리치노'는 누룽지팝과 우유, 얼음을 함께 갈아 만든 음료다. '누룽지POP 초코크림라떼'는 누룽지라떼에 초코크림과 누룽지팝 토핑을 얹었다. 누룽지 특유의 고소한 맛에 달콤함과 바삭한 식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디저트와 식사 메뉴에도 누룽지팝을 활용했다. '누룽지POP 크로플'은 크로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누룽지 크림을 곁들였고, '누룽지POP 치즈 쌀떡볶이'에는 쌀떡볶이와 모차렐라 치즈에 누룽지팝을 올렸다.
전통 간식인 누룽지를 스낵으로 만든 뒤 다시 카페 음료와 음식에 접목한 사례다. 할리스는 누룽지의 맛뿐 아니라 바삭한 식감까지 메뉴에 반영했다.
던킨은 할머니학화호도과자와 협업해 호두과자의 재료를 도넛과 먼치킨에 접목했다.
'학화 호도 먼치킨 세트'는 한입 크기의 도넛으로 호두과자의 달콤한 팥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학화 호도 앙버터'는 팥앙금과 호두에 버터를 더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살렸다.
호두과자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팥과 호두, 백앙금 등 익숙한 재료를 도넛에 활용했다. 제품명에도 할머니학화호도과자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호도' 표기를 적용했다.
던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학화 호도 앙금 먼치킨과 말차 먼치킨, 백앙금 먼치킨 등을 협업 메뉴로 소개하고 있다.
오뚜기는 롯데시네마와 협업해 '열라면 팝콘'을 선보였다. 열라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제품이다.
열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시즈닝으로 구현해 팝콘에 입혔다. 여기에 잘게 부순 '뿌셔뿌셔' 토핑을 더해 바삭한 식감을 살렸다.
이번 제품은 오뚜기가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와 진행한 협업 행사와도 연결된다.
오뚜기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17일까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체험형 팝업존을 운영했다. 열라면 캐릭터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하고 영화관 전용 팝콘도 판매했다.
라면을 끓여 먹는 방식에서 벗어나 영화 관람 중 즐기는 간식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와 협업한 '오지 포터하우스 w.조니워커'를 지난 9월 출시했다.
안심과 채끝으로 구성된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에 조니워커 골드라벨 리저브를 활용한 플람베 조리법을 적용했다. 플람베는 조리 중인 음식에 술을 넣고 불을 붙여 향과 풍미를 더하는 방식이다.
위스키를 활용한 조리뿐 아니라 스테이크와 함께 즐기는 음료도 제안했다. 조니워커 골드라벨 리저브를 차갑게 즐기는 '프로즌 골드'와 하이볼 형태의 '골드 하이볼'이다.
아웃백은 신메뉴 출시를 기념해 전용 위스키 잔인 노징 글라스를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협업 메뉴는 공식 홈페이지 기준 11월 30일까지 한정 운영한다.
롯데웰푸드는 동대문엽기떡볶이와 손잡고 떡볶이의 매운맛을 젤리로 구현했다.
지난 7월 출시한 '짱매워요X동대문엽기떡볶이'는 떡볶이 소스와 시즈닝을 활용한 제품이다. 젤리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매콤달콤한 맛을 더했다.
제품은 '오리지널맛'과 '착한맛' 두 종류다. 동대문엽기떡볶이의 매운맛 단계를 반영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웰푸드의 기존 젤리 브랜드 '짱셔요'를 매운맛 제품군으로 확장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신맛을 중심으로 성장한 젤리 제품에 떡볶이의 매운맛을 더해 새로운 제품군을 만든 셈이다.
방송 콘텐츠와 식품 브랜드의 협업도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웰푸드는 tvN 예능 프로그램 '우주떡집'과 협업한 '찰떡아이스 IN 우주떡집 흑임자 인절미'를 출시했다.
전남 고흥에서 떡집을 운영하던 프로그램 출연진이 개발한 '흑임자 토롱아이스크림'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흑임자 아이스크림에 인절미 시럽을 넣고 찹쌀떡으로 감쌌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이 제품은 출시 닷새 만에 초도 물량 약 50만개가 모두 판매됐다. 공식 온라인몰에서 진행한 예약 판매 물량도 18시간 만에 소진됐다.
방송에서 소개된 메뉴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연결한 사례다. 롯데웰푸드는 추가 생산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기존 제품과 다른 맛과 식감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할리스는 누룽지팝의 바삭함을 음료와 떡볶이에 적용했고, 던킨은 호두과자의 재료를 도넛으로 옮겼다. 오뚜기와 롯데웰푸드는 라면과 떡볶이의 매운맛을 각각 팝콘과 젤리로 구현했다.
협업의 범위도 넓어졌다. 아웃백은 위스키를 스테이크 조리에 활용했고, 롯데웰푸드는 방송 속 메뉴를 실제 판매 제품으로 만들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활용해 신제품을 알릴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맛을 새로운 형태로 접할 기회가 생긴다.
협업 제품이 일회성 화제에 그칠지, 장기 판매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는 실제 소비자 반응과 재구매 여부에 달려 있다. 업계가 이색적인 조합을 앞세워 신제품 개발과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