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은 쿠르스크에서 단순히 드론 운용법을 배운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구축해온 드론 운용 체계를 실전에서 시험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Pacific Forum)의 비상임 켈리 펠로(Nonresident Kelly Fellow)인 안톤 포노마렌코(우크라이나)는 세계일보와의 서면·화상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국제정치·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는 북한군의 새로운 기술 습득뿐 아니라 기존 전술을 실제 전장에서 시험하고 보완한 경험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찰 드론과 위장, 전파교란 장비를 결합한 침투가 한국군의 감시·대응 체계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노마렌코는 북·러 협력이 북한의 남북대화 필요성을 낮추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광섬유 드론 등 북한군의 운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군이 러시아 파병으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하는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비정규전을 수행하고 드론을 운용했다. 파병의 의미는 기존 역량과 전술을 실제 전장에서 시험하고 보완할 기회를 얻었다는 데 있다. 북한군은 어떤 전술이 통하는지 확인하고, 새로 배운 것을 곧바로 전투에 적용했다. 현대전에 적응하는 지름길을 찾은 셈이다. 한국은 수십 년간 기술적 우위와 한·미동맹, 첨단 장비에 대한 투자로 북한의 침투와 그에 따른 혼란을 억제해왔다. 그러나 쿠르스크 전투와 북·러 동맹으로 북한이 이 격차를 좁히는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특히 실전에서 FPV(1인칭 시점) 드론과 정찰 드론을 조종한 경험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전파 방해 속에서 드론을 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종술뿐 아니라 관련 전술과 기술적 노하우를 익히고, 드론과 지상 병력이 함께 작전하는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쿠르스크의 전투 경험을 대남 작전에 얼마나 적용할 수 있나.
“전장 환경과 상대 병력의 구성은 다르지만 상당 부분 적용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적의 정찰·감시망이 촘촘히 작동하는 실전에서 병력의 작전 능력을 시험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쿠르스크에서는 드론과 각종 감시장비 때문에 병력의 움직임을 숨기기 어렵다. 이른바 ‘전장의 투명성’이다. 한반도에서는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감시망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북한군은 이런 감시망을 피해 작전하는 경험을 쌓은 셈이다. 한국은 열영상감시장비(TOD)와 전자 감시 체계, 센서, 감시탑, 드론 등을 운용한다. 하지만 지형과 수풀 등으로 감시에 빈틈이 생기는 곳에서는 여전히 월경이 발생한다.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맞선 우크라이나 부대들은 훈련이 잘돼 있고 통신·정찰 능력도 우수했다. 전투 영상에는 북한군이 위장과 열 차단 판초를 활용하고 소규모로 공격하며 적의 탐지를 피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런 경험은 DMZ 감시망의 빈틈을 파고드는 전술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침투는 어떤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방어망을 뚫고 침투한 뒤에도 발각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론은 이 과정에서 침투를 돕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북한군은 정찰 드론 운용 경험을 쌓았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는 증거도 있다. 침투 이후에도 정찰 드론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침투에 성공하면 FPV 드론으로 군사·정부 시설이나 지휘통제 시설, 에너지 기반시설, 비행장 등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작전을 하려면 통신망과 신호 중계기를 갖추고 숙련된 조종사도 확보해야 한다. 한국군의 드론 탐지·무력화 수단을 피할 수 있느냐도 작전의 성패를 가른다.”
―위장과 열영상 탐지 회피 기술이 한국군 감시망을 위협할 수준인가.
“각각의 기술만 보면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과거에도 기초적인 야간투시 장비를 반입했고, 훈련 영상에서도 정교하게 위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쿠르스크에서 체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도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혹한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북한군의 체열을 여전히 포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수단을 함께 쓸 때다. 열 차단 판초와 드론 탐지기, 전파 방해 장비를 갖춘 북한 특수부대가 정찰 드론의 지원까지 받으면 침투하면서 주변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개별 장비의 효과는 제한적이더라도 함께 운용하면 한국군이 침투를 탐지하고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광섬유 드론이나 매복용 드론 운용 능력도 확보했다고 보나.
“북한군이 중장기적으로 이런 능력을 갖추는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 북한군이 광섬유 드론을 운용하거나 드론 매복 공격에 참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수자 일대 전투에서 러시아의 첨단 드론 부대인 루비콘과 작전상 접점은 있었지만, 관련 기술을 넘겨받아 실제로 운용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북한이나 러시아의 훈련 영상에 북한군이 해당 드론을 운용하거나 매복 공격을 연습하는 모습이 나오는지 살펴야 한다. 북한군이 다시 전투에 투입된다면 배치 지역에서 이런 드론이 포착되는지, 실제 공격에 쓰이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증거가 확인되면 북한군이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활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릴 것이다. 관련 상용 드론과 부품을 조달하거나 북한 안에 조립시설을 구축하는 움직임도 주요 경고 신호다.”
―한국이 우선 보완해야 할 방어 분야는.
“FPV 드론 공격으로부터 핵심 시설을 지키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최근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은 대형 자폭 드론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우수한 방위산업 역량과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전선 인근 도시를 보면 FPV 드론도 심각한 위협이다. 러시아군은 FPV 드론으로 주유소와 소방대원, 구급차, 대피 지원팀은 물론 사정권에 있는 에너지·정부 시설까지 공격한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 지역에서도 이런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드론 탐지기와 전파 방해 장비를 배치하고, 주요 기반시설에는 드론 방호망을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은 2022년 이후 입지를 다졌다고 본다.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이전에는 얻기 어려웠던 탄도미사일·드론·방공·전자전 관련 첨단 기술도 확보했다. 물론 포탄과 포병 장비, 일부 탄도미사일을 내주고 병력의 희생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치르는 대가보다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남북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북한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보다 러시아와 협력하는 편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도 미국을 비롯한 상대와 협상할 때 북한의 협상력을 높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북·러 밀착은 이어질까.
“지금 추세라면 양국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더 긴밀해질 것이다. 기술 이전과 경험 공유가 늘고, 정보 공유와 위성망, 공군·해군 분야로도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 양측 모두 그럴 의지가 있다. 종전 이후에도 군사협력은 이어지겠지만 경제·교역 분야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노동력과 상품을 계속 활용하려 하고, 북한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수입원과 교역 기회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고립돼 있느냐에 따라 북·러 관계의 강도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국제적 고립이 완화되면 러시아는 북한과의 협력에서도 더 신중하게 움직이고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대유럽 압박 속에서 한국의 대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러시아는 전면 충돌에 이르지 않는 수준의 도발을 이어가며 동맹이 어디까지 대응하는지 시험하고 있다. 북한도 한반도에서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이전보다 러시아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공세를 강화하는 북한에 대응해야 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방산 협력도 확대하려 한다. 한·미 관계도 순탄치 않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갈수록 밀접하게 얽히는 상황에서 외교적 선택의 폭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한국군 장병들이 다친 최근 DMZ 지뢰 사건은 어떻게 보나.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시험하려는 도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DMZ에서 추가 충돌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드론과 열영상 감시를 피해 작전한 경험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됐고, 이번 사건에도 당시 얻은 교훈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드론 탐지기와 전파 방해 장비 등의 기술 이전도 북한의 현재와 향후 DMZ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철책 건설과 맞물린 이번 지뢰 사건은 추가적인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선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