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아 전북에서 농기계 사고가 잇따르면서 농촌 고령층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진안에서 콩 탈곡기에 끼인 70대 남성이 숨졌고, 완주에서도 트랙터에 깔린 70대 남성이 크게 다쳤다. 농촌 고령화로 고령 농업인의 농기계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고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8분쯤 진안군 안천면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70대 남성이 콩 탈곡기와 비닐하우스 파이프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7시59분쯤 완주군 봉동읍 구암리의 한 밭에서는 고구마를 캐던 70대 남성이 트랙터 앞바퀴에 깔렸다. 당시 아들이 트랙터를 운전하고 아버지는 밭에서 작업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농기계 사고는 수확 철에 집중되는 데다 고령층의 인명 피해 비중도 높다. 전북소방본부가 집계한 최근 3년(2023~25년)간 도내 농기계 사고 사상자는 481명으로, 이 중 24명이 숨지고 457명이 다쳤다. 60대 이상 사상자는 365명으로 전체의 75.9%를 차지했다. 가을철인 9~10월에만 사상자 122명(25.4%)이 발생했으며, 특히 10월 피해가 70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운기 사고 사상자는 124명으로, 이 가운데 17명이 숨졌다.
과거 통계에서도 농기계 사고는 반복됐다. 전북에서 2020~2022년 발생한 농기계 관련 사고는 476건으로 집계됐으며, 2022년에는 10월에만 69건이 발생해 월별로 가장 많았다.
농기계 사고는 기계에 신체가 끼이거나 농기계가 넘어지면서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북소방본부는 작업 전 제동장치와 타이어 등 기계 상태를 점검하고, 경사로나 좁은 길에서는 속도를 줄일 것을 당부한다. 특히 회전부를 점검하거나 이물질을 제거할 때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기계가 완전히 멈췄는지 확인하고 농기계 주변에서 다른 작업을 할 때는 운전자와 작업자가 서로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무리한 단독 작업을 피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히 119에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최근 6년간 전국에서 농기계 사고로 319명이 숨졌지만,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노후 경운기 폐차·개조 지원사업 예산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생명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5년 전국 농기계 사고 사망자는 모두 319명이다. 연도별로 2020년 39명, 2021년 41명, 2022년 55명, 2023년 59명, 2024년 63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62명이 숨졌다. 2020년과 비교하면 23명(59%)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77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66명, 전남 50명, 충북 28명, 전북 24명 순이었다.
특히, 경운기 사고의 고령층 피해가 두드러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인안전보험 분석 자료를 보면 2024년 농기계 관련 사망자 186명 가운데 경운기 사고 사망자는 96명으로 51.6%를 차지했다. 이 중 70대 이상은 84명으로 경운기 사고 사망자의 87.5%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농기계 안전대책이 예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에서 2030년까지 농업인 사망·부상자율을 2024년보다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노후 경운기 폐차 500대와 핸들형 개조 2500대 등 모두 3000대를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하기로 하고 국비 38억7500만원을 산정했지만,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존 농기계 안전 지원 예산도 줄었다. 도로 주행 중 사고 예방을 위한 ‘농기계 등화장치 부착 지원’ 예산은 올해 6억원에서 내년 5억원으로 16.7% 감소했다. 등화장치 지원은 야간이나 도로 주행 중 식별성을 높이는 사업으로, 노후 경운기의 폐차·개조를 통한 전도·전복 위험 감소와는 목적이 다르다.
서삼석 의원은 “정부가 농업인의 안전을 위해 발표한 대책조차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은 안전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지역별 사망 현황과 고령 농업인의 위험도를 고려해 지원 우선순위를 마련하고 농기계 안전대책의 이행 여부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