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박영준 칼럼] K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의 과제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미국이 만든 AI 전투지휘체계
이란전쟁서 군사적 효과 입증
韓 전작권 전환 국면과 더불어
美軍 연동·독자개발 선택 기로

지난 10월15일,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가 대전에서 개최한 국제안보세미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은 AI(인공지능) 시대의 전쟁은 종래의 전쟁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즉 우주 공간에서 정찰위성이나 저궤도 통신위성 등이 상대측의 군사정보를 수집하여 지상의 AI 지휘통제부에 전송하면, 이 지휘부에서 육·해·공군 등 각 군부대에 타격해야 할 목표물과 공격수단을 최단기간에 특정해서 지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정책 면에서도 관련 기술과 장비를 시급히 도입하고, 이를 잘 연결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전략과 전술의 준비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런데 지난 2월 말부터 미국이 이란에 대해 수행하고 있는 전쟁 양상을 보면, 이 전 총장이 설명한 AI 시대의 전쟁 양상이 이미 가시화되어 전개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 중부군 사령관 브레드 쿠퍼 제독이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 개시 직후 브리핑한 바에 따르면, 미군은 중동지역에 사전 배치되었던 우주사령부 및 사이버사령부 예하 정찰위성 자산과 센서들을 통해 이란의 군사정보를 수집하였다. 이 정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중부사령부 예하의 공군 및 해군, 그리고 전략사령부가 전략폭격기나 토마호크 미사일 등의 수단으로 군사목표들을 정밀 타격하였고, 육군의 방공 전력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을 요격하는 작전을 구사하였다. 이 결과 개전 38일 만에 이란의 군사목표 1만4000개 이상이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서 미국이 2017년부터 개발한 AI 전투지휘체계인 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 체계가 위성 및 레이더, 정찰드론 등에서 수집된 다량의 군사정보를 종합 분석하고, 미군 각 부대에게 공격 목표를 할당하는 AI 지휘부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쿠퍼 사령관은 종래 수일 걸리던 정보 분석과 표적 선정 절차가 메이슨 스마트 프로젝트 지휘체계 덕분에 수초 내로 단축되었다고 평가하였다. 2017년부터 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 개발을 담당한 미 공군 잭 섀너핸 예비역 중장도 이란과의 전쟁이 미국으로서 최초의 AI 전쟁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물론 미국·이란 전쟁이 전쟁 수행 관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남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쿠퍼 사령관이 설명하는 군사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최종적인 전쟁의 승리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비대칭적 수단으로 응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에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 전쟁이 미국에 어떠한 전략적 성과를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의문들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군사적 효과를 증명한 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 지휘체계를 향후 아시아나 유럽의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공약 이행을 위해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도발이 자행될 경우 미국은 즉각 주한미군을 통해 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를 적극 운용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이미 세계 최첨단의 AI 기반 전쟁 수행 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의 그것에 연동하여 한미연합방위 체제하에서 상호 운용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AI 주권의 요구에 따라 국방 AI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것인가의 기로에 직면하게 된다.

독자적인 AI 체계 개발을 진행한다면 주권국가로서 자율성은 확보하겠지만, 이미 성능이 검증된 미국의 그것이 갖고 있는 군사적 효율성을 동맹으로써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일본은 지난 7월, 미국의 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방위태세가 견고하게 견지되기 위해서는 확장 억제와 더불어 AI 지휘체계의 긴밀한 연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AI 전투지휘체계 메이븐 스마트 프로젝트가 한국의 국방정책에 큰 숙제를 던지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