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플랫폼은 13m 넘는 파도도 견뎌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스페인 바스크주(州) 비스카야 아르민차 해안 앞 해상 실증단지 비멥(BiMEP)에 풍력발전기 한 기가 떠 있었다. 사이텍오프쇼어테크놀로지스(Saitec Offshore Technologies)가 독일 RWE, 일본 간사이전력과 함께 개발한 2㎿(메가와트)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 ‘데모사스’(DemoSATH)였다. 스페인 최초로 전력망에 연결돼 2023년부터 운영 중이다. 다비드 카라코사 사이텍오프쇼어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는 “측정 시간의 98% 동안 플랫폼 움직임이 2도 이하였다. 물속에 잠긴 판 구조물이 움직임을 상당 부분 줄인다”고 설명했다.
바스크는 10년 넘게 이 바다를 부유식 기술의 시험장으로 써 왔다.
비멥은 바스크에너지청(EVE)과 스페인 에너지다변화절약연구원(IDAE)이 소유한 공공 실증단지다. 이곳에서 실증하는 기업은 EVE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공공 부유식 실증단지를 준비하는 중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바다에 띄운 부유체 위에 터빈을 얹고 체인으로 해저에 붙잡아 두는 방식이다. 해저에 기초를 박는 고정식과 달리 깊은 바다에도 설치할 수 있다. 바스크 해안도, 우리나라 동해도 수심이 깊다.
동해에선 상업용 부유식 사업이 여럿 추진되고 있다.
울산 먼바다에는 ‘반딧불이’(에퀴노르), ‘해울이’(CIP), ‘귀신고래’, ‘문무바람’ 등 5개 사업이 준비돼 왔지만 성과가 더딘 편이다. 2024년 첫 부유식 입찰에 반딧불이가 낙찰됐지만 에퀴노르가 최근 사업을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부유식 해상풍력의 승부처는 부유체다. 터빈을 떠받치며 파도를 견뎌야 한다. 사업비도 낮춰야 한다. 데모사스는 부유체를 철강이 아닌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카라코사 CEO는 “비용을 절감하고 현지 조달과 산업 참여 비중을 더 높일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 기술을 100% 현지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데모사스를 해저에 붙잡아 두고 있는 계류 체인은 바스크 기업 비시나이마린(Vicinay Marine)이 공급했다. 조선소에 선박용 체인을 납품하며 출발한 이 회사는 2014년 세계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인 스코틀랜드 ‘하이윈드’에 체인을 공급하며 부유식 풍력에 뛰어들었다. 하비에르 아기레 비시나이마린 영업이사는 “계류 체인은 부유식 구조물이 약 30년 동안 고장 없이 같은 위치를 유지하도록 확실하게 붙잡아야 한다”고 했다.
해저케이블 접속장치 기업인 디트렐(Ditrel)은 올해 비멥 내 ‘떠 있는 실험실’ 하시랩(HarshLab)에 66㎸(킬로볼트) 케이블을 3시간 안에 연결했다. 이본 라레아 디트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해상 연결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부유체를 필요할 때 떼었다가 다시 연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비멥은 2015년부터 가동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연내 실증단지 후보지 지자체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우리 공급망이 못 해본 게 부유체 설계”라며 “설계 기술을 확보하려면 실증단지에서 직접 사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