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꽉 막힌 남북대화… 李대통령, 마땅한 유화책 없어 난감 [김정은 당일치기 방중]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악재 속 외교·안보 돌파구 절실
북·미대화 성사 땐 韓 역할 의문
野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4일 전격 방중은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처한 대북정책의 딜레마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북한이 중국과 접촉하며 대외 행보를 넓히고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전후해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남북대화는 여전히 막혀 있다. 국내 악재 속에서 외교·안보 분야 돌파구가 필요한 이 대통령으로선 한반도 정세 변화가 새로운 외교적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정작 북한을 대화로 이끌 자체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남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우리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 사이로 기러기 떼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우리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 사이로 기러기 떼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고민에는 국내 정치 상황도 겹쳐 있다. 부동산 정책과 인사·안보 논란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국정운영 동력을 되살릴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 이후 긴장 완화와 대화 복원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명의의 대남 입장문과 접경지역 공방이 이어지면서 대북 여론도 악화했다. 추가 유화책을 내놓아도 북한의 호응을 장담할 수 없고,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면 그동안 내세운 화해·소통 기조와 충돌한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런 한계를 더욱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없이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나고 당일 귀국했지만, 북·중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어서 향후 북·미 접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실제 회담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청와대의 고민이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에 나서는 동안 남북대화가 계속 단절돼 있으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별도 과제로 남는다. 북·미 대화를 남북관계 복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정부 자체의 카드도 제한적이다. 국민의힘은 북한이 외교적 활로를 넓히는 동안 정부가 북한의 대화 의지만 기다리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뒷짐 지고 ‘주시’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로서는 북·미 접촉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남북대화의 별도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유화와 강경 어느 쪽도 선뜻 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