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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타링크 오프’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9월 해상 자폭드론을 띄워 크림반도에 정박 중인 러시아 흑해함대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해상드론은 표적을 눈앞에 두고 바다로 표류하고 말았다. 일론 머스크가 러시아의 핵 반격 등 3차 세계대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크림반도 인근에서 자신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우크라이나군은 머스크의 변심에 전황이 휘둘리며 애를 먹기 일쑤였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에 있는 러시아군의 암모니아·무기창고를 타격하기 위해 드론 6기를 출격시켰다. 시속 161km로 날아가던 드론들은 갑자기 지상으로 추락했고 드론 조종사들의 모니터 화면도 먹통이 됐다. 러시아로부터 날아드는 드론 공습에 방공 요격망이 마비돼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미국이 스타링크의 군사용 버전 ‘스타실드’ 작동속도를 제한하고 러시아 점령지나 접경지역의 위성 신호도 차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급해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선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머스크는 어제 우크라이나군이 살상용 드론 작전에 스타링크를 이용했다며 차단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스타실드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통제하며 속도나 사용에 대한 제한은 미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시한 적 없다”고 모른 척한다. 외교가에선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결과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가 이달 초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금수조치를 풀려 하자 젤렌스키는 이에 반발해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화가 난 트럼프가 독한 보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스타링크는 1만1000여기의 위성을 운영하며 지상 300∼1500km 저궤도 위성통신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민간사업을 넘어 현대전쟁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이번 사태에 놀란 유럽과 캐나다 등 미 동맹국들은 독자적 위성 통신망 구축에 나서는 판이다. 우주경쟁에 뒤처져서는 국가의 안위와 생존마저 기약하기 힘든 시대다. 우리도 비상한 경각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