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스크린에 첫 번째 문제가 떠오르자 소믈리에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손에 쥔 것은 8코스짜리 컨템포러리 한식 테이스팅 메뉴와 60종에 가까운 와인리스트. 감태 크리스프와 성게알, 캐비아로 시작해 완도 전복 냉채, 송이버섯 콘소메, 된장 버터를 얹은 새우 만두, 숯불에 구운 1++ 한우 채끝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그 안에 총 100만원 예산으로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와인을 1병씩 골라 손님에게 추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리스트를 훑는 눈동자가 빠르게 오르내리고, 손가락은 가격표 숫자 위에서 몇 번이나 멈칫합니다.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객석도 숨을 죽입니다. 평소 수많은 음식과 와인을 함께 맛보며 페어링을 고민해 본 경험이 없다면 결코 풀 수 없는 문제. 첫 번째 관문부터 결선 진출자들은 진땀을 흘리고 맙니다. 그래도 소믈리에는 머릿속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 둔 지식과 경험을 짧은 시간에 하나씩 꺼내 듭니다. 해산물과 발효의 감칠맛, 한우의 기름진 풍미를 차례로 떠올리며 3병의 조합을 완성하자 마침내 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옵니다.
◆예선 7위의 반란…박힘찬, 정상에 서다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결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교타워 3층 아이레벨홀에서 열린 ‘2026 제4회 코리아 호텔&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결선에서 영예의 우승은 박힘찬 소믈리에(무궁화·더그랜드롯데 서울)가 차지했습니다. 결선 진출자 7명 가운데 유일한 호텔 소믈리에인 그는 예선을 7위로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결선 무대에서 페어링, 서비스, 블라인드 테이스팅까지 흔들림 없는 실력을 뽐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챔피언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 대회에 세 번 도전한 끝에 처음 정상에 오른 것이라 기쁨은 더 컸습니다. 박 소믈리에는 “이렇게 뜻깊은 대회를 마련해 주신 한국소믈리에협회와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늘 곁에서 응원하고 격려해 준 가족들 덕분에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2위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결선 진출자 문은호(르도헤) 소믈리에가 차지했습니다. 르도헤는 올해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입니다. 3위는 미쉐린 2스타 정식당 소속으로 지난해 ‘포르투갈 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인 반성진(정식당) 소믈리에가 올랐습니다. 이어 4위 이해창(솔밤), 5위 김진표(비노파라다이스 한남·비노에프앤비), 6위 박준영(래빗홀), 7위 한욱태(레꼬빵) 소믈리에 순으로 최종 순위가 정해졌습니다. 2차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른 박준영 소믈리에와 ‘코리아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 우승 경력의 베테랑 한욱태 소믈리에가 하위권에 머물면서, 결선 당일의 컨디션과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우승자는 상금 700만원을 받았고 2위는 400만원, 3위는 200만원입니다. 올해 새로 만든 어드바이저 부문에서는 홍경의(라빈리커스토어) 어드바이저가 초대 우승의 영예를 안고 상금 100만원을 받았습니다. 총상금은 1400만원 규모입니다.
결선 사회는 방송인 남희석과 2016년 ‘제15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양윤주 소믈리에가 함께 맡았습니다. 두 사람은 재치 있는 진행과 전문적인 해설로 무대의 긴장감을 객석에 고스란히 전했습니다. 심사는 이상준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 홍재경 전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이 맡았고, 국내 와인업계 주요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해 참가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이상준 회장은 “이번 대회는 어려운 와인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전문성을 키워온 소믈리에들의 열정과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앞으로도 우수 인재 양성과 와인 문화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와인 산업과 외식 서비스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회는 한국소믈리에협회가 국내 와인 산업의 발전과 소믈리에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주최하고 운영합니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 외식업계에서 활동하는 소믈리에들의 전문 지식, 테이스팅 능력, 고객 서비스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무대입니다. 협회는 199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소믈리에 단체로, 현직 호텔과 레스토랑 소믈리에 100여 명이 활동합니다. 서울, 부산, 제주, 대구, 광주, 강원 등 전국에 지부를 두고 와인 교육과 직무 역량 개발, 업계 네트워킹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대회는 2023년 호텔 소속 소믈리에만 출전하는 ‘한국호텔소믈리에대회’로 첫발을 뗐습니다. 이후 레스토랑 소믈리에에게까지 문호를 넓혀 올해로 4회째를 맞았습니다. 올해는 어드바이저 부문을 새로 만들어 와인 수입·유통업계 종사자와 카비스트, 와인 애호가까지 참가 대상을 넓혔습니다.
올해 대회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프랑스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현 홉스코치 코리아)가 주관한 ‘한국 소믈리에 대회’가 1996년 1회를 시작으로 약 30년간 국내 소믈리에의 등용문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가 지난해 제24회를 끝으로 올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 빈자리를 코리아 호텔&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가 채우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소믈리에 대회로 우뚝 섰습니다.
치열함도 남달랐습니다.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치른 1차 온라인 예선에 150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 가운데 상위 50명(소믈리에 부문 37명, 어드바이저 부문 13명)이 8월 24일 대교타워에서 이론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2차 예선을 치렀고, 단 7명만이 결선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동원와인플러스, 디오니코리아, 신동와인, 와인투유코리아, 비노파라다이스, 서영주류, 크리스탈와인컬렉션, 하이트진로, 세계주류마켓, 아영FBC, 트렌드인터내셔날 등 수입사 11곳이 힘을 보탰습니다. WSA와인아카데미, 카탈루냐와인협회, 와인스피어 아시아, 몬산트와인협회도 후원사로 참여했고, 잘토(Zalto)가 공식 글라스를 후원했습니다.
◆결선 5개 관문…시간과의 싸움
결선은 5개 관문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난해보다 와인 수가 늘고 시간도 조금씩 늘었지만, 그만큼 답해야 할 내용도 많아져 체감 난도는 오히려 높았다는 평가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소믈리에가 된 기분으로 함께 풀어 보시죠. 정답은 기사 맨 끝에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2분)
<주어진 식사 코스 메뉴를 확인하고, 총 100만원 예산 안에서 주어진 와인리스트에서 어울리는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와인을 추천 및 설명하시오.>
메뉴는 ‘한국의 계절과 발효의 깊이, 자연이 선사하는 섬세한 풍미’를 내건 ‘더 시즌스 오브 코리아(The Seasons of Korea)’입니다. 아뮤즈 부슈 ‘계절의 한입’(감태 크리스프·성게알·캐비아, 들기름 타르트·제철 버섯·유자와 배)으로 문을 엽니다. 이어 차가운 전채 ‘바다의 정원’(완도 전복·오이·배·백김치 브라인, 유자 드레싱·허브 오일), 따뜻한 전채 ‘가을의 향’(제철 버섯 콘소메·송이버섯·은행, 들깨 크림·메밀 크럼블), 해산물 ‘남해의 바다’(참돔 저온 조리·조개 육수 에멀전, 미나리·감태·청귤)가 나옵니다. 발효 코스 ‘장의 깊이’(새우 만두·숙성 간장 소스, 된장 버터·구운 대파), 생선 ‘바다의 풍미’(은대구 구이·된장 글레이즈, 제철 뿌리채소·다시마 버터 소스), 메인 ‘한우의 품격’(1++ 한우 채끝 숯불 구이, 흑마늘 퓌레·발효 간장 주스·계절 채소·감자 밀푀유), 프리 디저트 ‘과수원의 기억’(홍옥 사과 소르베·배 콩포트, 매실 식초 젤·생강 크럼블)까지 8코스입니다. 와인리스트는 스파클링 18종, 화이트 18종, 레드 23종 등 약 60종입니다. 크리스탈 2004(99만원)부터 슈람스버그 블랑 드 블랑 2012(14만3000원)까지 가격대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메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 고른 와인이 예산과 상황에 맞는 스토리를 갖췄는지, 와인 설명이 적절한지를 평가합니다. 지난해 1분 30초에서 2분으로 30초 늘었지만, 3병을 고르고 이유까지 설명하기엔 여전히 빠듯한 시간입니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먼저 메뉴의 공통분모를 짚어내야 합니다. 이 코스는 짭조름한 해산물과 감칠맛 나는 장과 발효의 풍미가 뼈대입니다. 백김치 브라인, 유자, 청귤, 매실 식초처럼 산미가 도드라지는 재료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파클링은 감태와 성게알, 캐비아의 바다 내음을 받쳐 줄 미네랄 풍부한 블랑 드 블랑이 설득력이 높습니다.
화이트는 전복과 참돔, 버섯 콘소메, 된장 버터를 두루 아우를 수 있도록 산도와 질감을 함께 갖춘 부르고뉴 샤르도네가 안정적입니다. 레드는 발효 간장 주스와 흑마늘 퓌레를 곁들인 한우 채끝에 맞춰야 합니다. 타닌이 거칠지 않으면서 숙성 풍미가 올라온 와인이 장의 감칠맛과 잘 어우러집니다. 무엇보다 합계 금액을 정확히 말하고, 코스 흐름에 따라 어느 와인을 어느 요리에 맞추는지 스토리로 엮어 내는 것이 고득점의 열쇠입니다.
▶두 번째 문제(세 번째 문제와 합쳐 7분)
<레드 와인 브리딩 및 와인 서비스. 상황: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 부부가 친구들을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로, 예비 신랑이 평소 친구들이 좋아하는 레드 와인을 주문하여 브리딩 요청. 와인: 실버라도 카베르네 소비뇽 나파 밸리 2018(Silverado,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USA 2018)>
무대 위 테이블에 앉은 게스트에게 직접 와인을 서비스하는 실전 문제입니다. 결선 진출자들은 실제 레스토랑 플로어에 선 것처럼 미소를 머금고 테이블로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디캔터를 쥔 손끝의 긴장감까지 감추지는 못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먼저 예비 부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자리의 의미를 읽어야 합니다. 이어 주문한 사람인 예비 신랑에게 라벨을 보여주며 와인 이름과 빈티지를 확인합니다. 디캔터, 트레이, 냅킨, 촛불 등 브리딩 기물을 미리 갖추고, 레드 와인에 맞는 큰 볼의 글라스를 손님 수대로 세팅합니다.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16~18도 정도가 적당하므로 온도를 확인하고 손님에게 알려주면 좋습니다. 캡슐은 병목 아래로 깔끔하게 자르고 코르크 상태를 살핍니다. 브리딩한 뒤에는 호스트인 예비 신랑에게 먼저 테이스팅을 권하고, 승인을 받으면 게스트부터 서비스한 뒤 호스트에게 마지막으로 따릅니다. 마무리로 테이블과 기물을 정리정돈하는 모습까지 심사 대상입니다.
▶세 번째 문제(돌발상황, 두 번째 문제와 합쳐 7분)
<레드 와인을 마시기 전 축하의 의미로 샴페인을 주문하고, 친구 중 1명은 바이 더 글라스로 화이트 와인 1잔 주문. 샴페인: 폴 루이 마르탱 밀레짐 2018(Paul Louis Martin, Millésime, France 2018), 화이트 와인: 도스테라스 블랑 몬산트 2025(Dosterras Blanc, DO Montsant, Spain 2025)>
레드 와인 서비스가 한창일 때 예고 없이 끼어드는 돌발 문제입니다. 계획했던 순서가 한순간에 뒤엉키는 상황이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소믈리에도 있었습니다. 핵심은 우선순위 판단입니다. 축하 건배가 레드 와인보다 먼저이므로 샴페인부터 신속하게 내는 것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이미 브리딩한 레드 와인은 디캔터에서 공기와 만나며 숨을 쉬는 시간을 벌 수 있으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죠. 병을 기울인 채 냅킨으로 코르크를 감싸 ‘펑’ 소리 없이 조용히 열고, 버블이 넘치지 않도록 두 번에 나눠 따릅니다. 바이 더 글라스 화이트 와인은 주문한 손님에게 병을 보여주고 그 앞에서 직접 따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화이트를 주문한 친구에게 건배용 샴페인도 원하는지 한 번 더 묻는 세심함을 보여준다면 환대 점수를 듬뿍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에서는 손님에 대한 환대,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확인, 브리딩 기물 준비와 절차, 글라스 세팅, 온도 체크, 호스트 테이스팅, 서비스 순서, 정리정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프로페셔널한 서비스가 이뤄지는지 보는 것이죠. 이 모든 과정을 7분 안에 끝내야 합니다. 지난해 5분보다 2분 늘었지만, 와인이 3종으로 늘어난 만큼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지 못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네 번째 문제(2분)
<주어진 와인리스트에서 잘못 표기된 곳을 찾고,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를 순서대로 나열하시오.>
샴페인 5종, 화이트 5종, 레드 8종 등 총 18종의 와인 가운데 잘못된 정보가 들어간 와인 3개를 찾아내는 문제입니다. 리스트에는 살롱 블랑 드 블랑 1999(350만원), 샤토 오브리옹 1982(385만원), 샤토 무통 로칠드 1974(214만5000원) 같은 귀한 와인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이름에 눈을 빼앗기면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생산자와 소재지가 맞는지, 아펠라시옹이 해당 빈티지에 존재했는지를 차례로 따져 봐야 합니다. 와인리스트는 샴페인, 화이트, 레드로 나뉘어 있는데, 화이트 와인이 레드 와인 목록에 잘못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합니다. 이어 모엣 샹동(Moët & Chandon), 뤼나르(Ruinart), 들라모트(Delamotte), 테탱저(Taittinger),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등 5개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 연도가 오래된 순서대로 나열해야 합니다. 와인 이론을 얼마나 정확하고 깊이 공부했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문제입니다. 지난해 1분에서 2분으로 늘었지만 18종을 꼼꼼히 훑기에는 여전히 아찔한 시간입니다.
▶다섯 번째 문제(4분)
<블라인드 테이스팅 10종. 국가, 지역, 품종(단일 또는 블렌딩), 빈티지, 컨디션, 어울리는 음식을 설명하시오.>
마지막 관문은 결선의 하이라이트이자 ‘지옥의 코스’로 불리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입니다. 무대 위에 와인이 담긴 잔 10개가 일렬로 놓이자 공기마저 팽팽하게 얼어붙었습니다. 4분 안에 10종을 모두 설명해야 하니 와인 1종에 주어진 시간은 고작 24초입니다. 잔을 들어 색을 보고, 향을 맡고, 한 모금 머금은 뒤 곧바로 답을 쏟아내야 합니다. 와인마다 국가, 지역, 품종, 빈티지에 각 5점씩 모두 200점이 걸려 있어 전체 평가에서 배점이 가장 높습니다. 사실상 우승의 향방을 가르는 문제입니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먼저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를 큰 묶음으로 나누고, 산도와 알코올, 오크 사용 정도로 서늘한 산지와 따뜻한 산지를 빠르게 가려내야 합니다. 같은 품종이 다른 나라에서 나왔을 때의 차이를 짚어내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번 문제에는 프랑스와 미국의 샤르도네, 부르고뉴와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가 나란히 출제돼 소믈리에들의 미각을 시험했습니다. 한 와인에 오래 머물다 뒤의 와인을 놓치는 것이 가장 큰 실수인 만큼, 시간 배분 전략도 성패를 좌우합니다. 지난해 8종을 2분 30초에 풀던 것과 비교하면 와인은 2종, 시간은 1분 30초가 늘었습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10종…샴페인부터 아마로네까지
결선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출제된 와인 10종을 소개합니다. 샴페인 2종, 화이트 3종, 레드 5종으로 구성됐고 프랑스, 미국,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5개국을 아울렀습니다.
▶프랑크 봉빌 블랑 드 블랑 밀레짐 엑스트라 브뤼(Franck Bonville Blanc de Blancs Millésime Extra Brut) 2015/크리스탈와인컬렉션 수입
첫 잔부터 소믈리에들을 시험에 들게 한 빈티지 샴페인입니다. 병입 뒤 5년 동안 숙성해 뛰어난 산도와 미네랄 캐릭터가 돋보입니다. 2015년은 기록적으로 무더웠던 해라 포도가 매우 빠르게 자랐고, 가뭄으로 일부 생산자는 수확량의 20% 정도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덥고 건조한 날씨 덕분에 병충해나 곰팡이 피해 없이 깨끗하고 건강한 포도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잠재력이 뛰어나고 풍부하며 강렬한 와인이 탄생했습니다. 굴, 캐비아, 흰살생선 회 같은 섬세한 해산물과 잘 어울립니다. 프랑스 샹파뉴 꼬뜨 데 블랑(Côte des Blancs)의 아비즈 그랑 크뤼(Avize Grand Cru) 샤르도네 100%로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12.5%, 도사주는 리터당 6.7g입니다. 뵈브 클리코에서 일하던 알프레드 봉빌이 평생 모은 돈으로 포도밭을 사들이며 시작했고, 지금까지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플뢰르 드 미라발 쁘띠 플뢰르 브뤼 로제(Fleur de Miraval Petite Fleur Brut Rose)/신동와인 수입
섬세한 레이스처럼 곱게 피어오르는 과실 향과 활기차면서도 우아한 산도가 돋보입니다. 잘 익은 살구와 야생 체리 향에 구운 견과류와 은은한 스모크, 초크를 닮은 미네랄리티가 더해지며 풍부한 질감과 깊은 여운을 완성합니다. 연어, 참치 같은 붉은 생선회나 가벼운 가금류 요리와 함께하기 좋습니다. 샹파뉴 꼬뜨 데 블랑의 샤르도네 95%와 피노 누아 5%를 블렌딩한 로제 샴페인으로, 오랜 기간 숙성한 퍼페추얼 리저브 와인을 섞어 깊은 풍미를 끌어냅니다. 알코올 도수는 12.5%, 도사주는 리터당 4.7g입니다. 프로방스 로제 ‘미라발’로 이름을 알린 배우 브래드 피트와 페랑 가문(Famille Perrin)이 샴페인 명가 피에르 페테르의 6대 와인메이커 로돌프 페테르(Rodolphe Péters)와 손잡고 만든 로제 샴페인 전문 하우스입니다. ‘미라발의 꽃’이라는 뜻처럼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상징합니다.
▶도멘 보이에 막트노 부르고뉴 알리고떼(Domaine Boyer-Martenot Bourgogne Aligoté) 2023/동원와인플러스 수입
풋사과, 라임, 레몬 제스트 같은 상큼한 과실 향이 느껴집니다. 입에서는 질감이 둥글고 크리미하며, 산도와 미네랄, 짭조름한 세이버리함이 매력적인 균형을 이룹니다. 조개찜이나 굴, 염소 치즈와 즐기기 좋습니다. 4~7년 사용한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약 10개월 숙성한 뒤 1800ℓ 용량의 타원형 콘크리트 탱크에서 10개월 더 숙성합니다. 알리고떼 100%로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13%입니다. 뫼르소에서 4대째 가족이 운영하는 도멘으로, 뫼르소 1er 크뤼 ‘레 페리에르’와 퓔리니 몽라셰 1er 크뤼 ‘르 카이유레’ 등 11.5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제이 아피니테 샤르도네(Nicolas-Jay Affinités Chardonnay) 2022/비노파라다이스 수입
감귤류, 사과, 레몬 커스터드, 흰 꽃, 백후추, 멜론 향이 아름답게 피어오릅니다. 상쾌한 산미와 우아한 질감, 미네랄감이 어우러지고 여운이 길어 마치 부르고뉴 명가의 화이트를 마시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버터 소스를 곁들인 흰살생선 구이나 닭고기 크림 요리와 잘 맞습니다. 미국 오리건 윌라메트 밸리의 얌힐-칼턴(Yamhill-Carlton) 샤르도네 100%로 만들어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년 숙성하며 알코올 도수는 13.5%입니다. 부르고뉴 명가 도멘 메오-카뮈제(Domaine Méo-Camuzet)의 3대 오너 장 니콜라스 메오(Jean-Nicolas Méo)와 미국 음악계의 거물 제이 보버그(Jay Boberg)가 함께 세운 와이너리입니다. ‘부르고뉴의 신’ 앙리 자이에(Henri Jayer)에게 직접 사사한 메오가 재배부터 양조까지 진두지휘합니다.
▶마르쿠스 후버 리트 베르크 1ÖTW 그뤼너 벨트리너(Markus Huber Ried Berg 1ÖTW Grüner Veltliner) 2024/초이스트레이딩 수입
오렌지 제스트, 배, 핵과류, 야생 허브 향이 섬세하고 복합적인 부케를 이룹니다. 바디감이 풍부하고 구조가 정교하며, 잘 익은 과실과 짭조름한 미네랄리티가 균형을 이룹니다. 피니시에서는 은은한 살구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슈니첼이나 아스파라거스 요리, 허브를 듬뿍 쓴 아시아 요리와 찰떡궁합입니다.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터라이히의 트라이젠탈(Traisental)에서 그뤼너 벨트리너 100%로 만들어 대형 아카시아 오크통에서 8개월 숙성하며 알코올 도수는 13.5%입니다. 1ÖTW는 오스트리아 전통 와이너리 연합이 지정한 ‘프리미에 크뤼’급 단일 포도밭을 뜻합니다. 마르쿠스 후버는 2000년 부모님의 4헥타르 와이너리를 물려받은 10대째 와인메이커로, 이 작은 가족 와이너리를 오스트리아 와인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렸습니다.
▶도멘 제노 불랑제 포마르 비에이 비뉴(Domaine Genot-Boulanger Pommard Vieilles Vignes) 2021/크리스탈와인컬렉션 수입
밝은 루비빛과 함께 숲속 흙을 머금은 듯한 크랜베리, 라즈베리, 체리 같은 새콤한 붉은 과실 향이 다가옵니다. 그을린 나무와 허브의 톡 쏘는 뉘앙스가 더해져 흥미로운 인상을 남깁니다. 입안에서는 밝은 산도와 가볍고 경쾌한 타닌이 발랄하게 퍼지고, 가죽과 낙엽 뉘앙스가 스치며 우아한 미네랄 여운으로 마무리됩니다. 오리 가슴살 구이나 버섯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부르고뉴 꼬뜨 드 본 포마르의 피노 누아 100%로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13.5%입니다. 1974년 파리의 약사 가족 샤를 앙리 제노(Charles-Henri Genot)와 마리 네 불랑제(Marie née Boulanger) 부부가 뫼르소에 정착하며 역사가 시작됐고, 2008년부터 손녀 오드(Aude)와 그의 남편 기욤 라볼레(Guillaume Lavollée)가 이끌고 있습니다.
▶오 봉 클리마 이사벨 피노 누아(Au Bon Climat Isabelle Pinot Noir) 2022/와인투유코리아
밝고 선명한 붉은 과실 향이 펼쳐지고, 설탕에 절인 크랜베리와 화이트 페퍼, 재스민 뉘앙스가 어우러집니다. 공기와 만나면 이끼와 넛맥 향이 더해져 흙내음의 복합미를 보여줍니다. 입안에서는 붉은 과실 풍미가 로스팅한 카카오 빈, 구운 바닐라 커스터드 풍미와 어우러지고, 풍부한 산도와 탄탄한 타닌이 받쳐 줘 길고 우아한 여운을 남깁니다. 연어 스테이크나 양념 불고기와 함께하기 좋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카운티의 피노 누아 100%로 만듭니다. 오크통 명가 프랑수아 프레르(François Frères) 새 프렌치 오크통 100%에서 24개월 숙성하며 알코올 도수는 13.5%입니다. 오 봉 클리마는 프랑스어로 ‘좋은 기후’라는 뜻입니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머물며 부르고뉴 와인에 매료된 짐 클렌데넨(Jim Clendenen)이 1982년 설립했고, 당시 유행하던 진한 보르도 스타일 대신 부르고뉴 스타일 와인을 캘리포니아에서 빚어냈습니다. 같은 피노 누아인 포마르와 나란히 출제돼 프랑스와 미국의 차이를 얼마나 정확히 짚어내는지 가늠하는 잣대가 됐습니다.
▶마스로치 레스 소르츠 비녜스 베예스(Masroig Les Sorts Vinyes Velles) 2022/카탈루냐와인협회 후원
보랏빛 톤이 감도는 매혹적인 체리색을 띱니다. 레드와 블랙 과일 잼의 복합적인 향이 블랙 페퍼, 정향, 코코아 풍미와 뒤섞이고, 지중해 숲 바닥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맛은 강하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아주 잘 익은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긴 여운이 이어집니다. 양갈비 구이나 숯불 돼지고기 요리와 훌륭한 짝을 이룹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몬산트(Montsant)의 카리냥 90%와 그르나슈 10%로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14.5%입니다. 전통 방식으로 발효하고 오크통에서 말로락틱 발효를 거친 뒤 새 프렌치 오크통 100%에서 17개월, 병에서 12개월 숙성합니다. 품종과 산지 특성을 지키려고 식물성 여과와 아주 가벼운 필터링만 합니다.
▶로달리 바르바레스코 지아코네 로렌스(Lodali Barbaresco Giacone Lorens) 2022/디오니코리아 수입
잘 익은 자두, 장미, 제비꽃 향이 섬세하고 우아하게 피어오릅니다. 네비올로 특유의 견고한 골격과 섬세한 타닌, 뚜렷한 산도가 조화를 이루며 맛은 풍부하고 구조적입니다. 붉은 육류, 사냥감 요리, 버섯, 트러플과의 궁합이 뛰어납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바르바레스코의 네비올로 100%로 만들어 오크통에서 24개월, 병에서 12개월 숙성하며 알코올 도수는 15%입니다. 조반니 로달리가 트레이소의 작은 식당에서 와인을 만들며 시작한 가족 와이너리입니다. 아들 로렌조가 1958년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를 처음 생산했고, 손자 월터가 현대 기술을 도입해 2005년 최고의 포도로 만든 리저브 와인을 선보였습니다.
▶니콜리스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Nicolis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2019/트렌드인터내셔날 수입
결선의 대미를 장식한 와인입니다. 가넷빛으로 변해 가는 깊고 진한 루비 레드를 띱니다. 말린 과일 잼, 덤불, 호두 속껍질, 가죽 향이 복합적이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균형 잡히고 풍부한 맛과 오래 지속되는 여운을 선사합니다. 갈비찜, 숙성 치즈, 진한 소스의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이탈리아 베네토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에서 코르비나 65%, 론디넬라 20%, 몰리나라와 크로아티나 15%를 블렌딩합니다. 슬로베니아 오크 캐스크에서 30개월 숙성하고 출시 전 최소 6개월 병 숙성하며 알코올 도수는 15.5%입니다. 1951년 할아버지 안젤로 니콜리스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의 중심부 카리아노의 산 피에트로에 세웠고, 1978년부터 병입한 발폴리첼라와 아마로네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3대째인 젊은 와인메이커 안젤로 니콜리스(Angelo Nicolis)가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네 번째 문제 정답
▶henri giraud, grand cru fût de chêne, reims MV18
앙리 지로(Henri Giraud)는 랭스(Reims)가 아니라 아이(Aÿ)에 있는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château haut-brion, 1er grand cru classé, pessac-léognan 1982
페삭 레오냥(Pessac-Léognan) AOC는 1987년 신설됐습니다. 따라서 1982 빈티지는 그라브(Graves)로 표기해야 합니다.
▶domaine ponsot cos des monts-luisants 1er cru, monopole morey-saint-denis 2015
도멘 퐁소의 클로 데 몽 뤼장(Clos des Monts Luisants)은 알리고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레드 와인 리스트에 들어간 것이 잘못입니다.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순서
뤼나르(1729년) – 테탱저(1734년) – 모엣 샹동(1743년) – 들라모트(1760년) – 뵈브 클리코(1772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