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으면서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명목실효환율이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원화 명목실효환율은 94.83(2020년=100)으로 나타났다. 2024년 10월 9일(94.9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 비중을 반영해 통화 가치를 산출한 지표이다. 지수가 오를수록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강해졌음을 뜻한다.
◆ 환율 5거래일 연속 연저점… 6월 바닥 찍고 급반등
원화 명목실효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2024년 12월 말 91.26까지 떨어졌고,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친 올해 2월 말에는 85.90선까지 하락했다. 외국인 주식 리밸런싱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했던 지난 6월에는 81.99로 바닥을 쳤다.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명목실효환율도 반등 곡선을 그리는 흐름이다. 지난 6월 오후 3시 30분쯤 기준 월평균 1528.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8월 1404.4원, 9월 1358.8원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10월 들어서는 23일까지의 평균이 1337.2원을 기록하며 2024년 9월 평균(1332.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장중 1321.2원까지 밀려나며 5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다시 썼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최대 수출 대상국인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명목실효환율에 크게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물가 변동분을 반영한 9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역시 92.73으로 나타나 지난 6월 저점(83.03) 이후 석 달 연속 올랐다.
◆ 한은 “여전히 저평가” vs 시장 “균형 환율 수준” 팽팽
원화 가치의 반등세가 뚜렷하지만, 추가 절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년간 달러가 강세여서 교역 상대국의 가중치를 고려한 BIS 실효환율을 보는 게 중요한데, 8월 말 기준 BIS 실효환율은 89 정도로 평균(101)보다 낮아 원화가 아직도 약세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과거 장기 평균선에 견주어 볼 때 현재 원화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이 이미 기초 경제 여건에 근접해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여건과 잠재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중반 정도가 펀더멘털에 부합한다고 본다”라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지만, 이미 균형 환율 수준을 넘어서 강세라고 추정하는 만큼 외부 여건이나 시장 환경이 바뀌면 환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수출 회복세와 국내 물가 부담 간의 괴리도 변수로 꼽힌다. 서 수석전문위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교역 여건이 개선되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환율이 1200원대 후반으로 갈 수도 있다”라면서도 “국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기준 원화 가치는 저평가 해소 정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