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근소하게 넘긴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술자리가 끝난 시각을 오후 9시30분으로 볼지, 오후 10시로 볼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술값 결제 시각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동석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음주 종료 시각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과 몇 분의 차이가 유무죄를 가른 셈이다.
전주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정세진)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도청 팀장급 공무원 A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11시20분쯤 술을 마신 상태로 도청 주차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자택까지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민 신고로 적발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기준인 0.03%를 넘는 0.033%였다.
변호인은 회식에서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각이 공소장에 적힌 오후 9시30분이 아니라 오후 10시쯤이라고 주장했다.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통상 30∼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측정 당시 수치가 상승 중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04%만 낮았어도 처벌 기준에 미치지 않는 상황이었다.
1심은 사건 당일 오후 9시38분쯤 술자리 비용이 결제된 점을 근거로 A씨의 마지막 음주 시각이 그보다 앞섰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회식 참가자들의 진술을 함께 살폈다. A씨가 회식이 15∼20분 뒤 끝날 것으로 예상해 그 전에 결제했다는 설명이 경험칙에 어긋나지 않고 다른 참석자의 진술과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을 불과 0.003% 웃돈 만큼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음주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쯤으로 보면 측정은 약 84분 뒤 이뤄져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시간대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운전 종료 및 측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기였는지 하강기였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 처벌에서 측정 수치뿐 아니라 음주 시각과 혈중알코올농도의 변화 과정도 쟁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해당 사건에서 범죄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며,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묻게 된다. 처벌 기준을 근소하게 넘긴 수치와 엇갈리는 진술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합리적 의심으로 인정해야 할까.

